「고가옷 로비사건」을 둘러싸고 세상이 어지럽다. 도무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입을 여는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 사건의 무대에 등장하는 부인들이나 이들을 조사한 청와대의 사직동팀, 지금 조사를 진행중인 검찰 등 모두가 딴소리를 하고 있다. 종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이러한 말의 홍수속에 사실, 혹은 진실이 완전히 묻혀버릴 지경이다. 더욱 혼쭐을 빼놓는 것은 사람은 같은데 시간과 장소에 따라 말이 확확 달라진다는 점이다.▦당초 이번 사건은 태풍으로 비교하자면 B급 정도였다. 그것이 불과 1주일여만에 특급 태풍으로 돌변,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하고 있다. 무엇이 키웠나. 「수시로 바뀌는 말들」이 키웠다. 옷로비 태풍은 바로 등장인물이나 검찰의 달라진 말, 끼워맞추기식 설명을 연료로 사용해서 급속히 속도를 높였다. 역설이지만 객석에서 이번 사건을 조기에 덮으려던 검찰이 어느새 무대위로 올라와 태풍의 위력을 키운 주연(主演)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의 해명중 백미(白眉)는 김태정 법무장관의 부인이 고가 밍크코트를 라스포사에 되돌려주기 위해 손에 걸쳐들고 기도원에 갔다는 말이다. 국민더러 이 말을 믿으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과거 폭압정권이 박종철군을 물고문으로 죽여놓고 『조사중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한 것과 사안만 다를뿐 수준은 결코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언론이 키웠다며 잔뜩 못마땅해 하고 있는데 스캔들은 언론에 의해 크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먹고 산다.
▦검찰은 환자인 강인덕 전장관의 부인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내던져 방치한 반면 건강한 김장관의 부인은 극력 보호했다. 환자를 더 배려해야 한다는 인륜적 기본을 무시하는 검찰은 국민에게서 무얼 기대하는 것일까. 조소와 불신이 퍼질뿐이다. 이제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더라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걱정된다. 유감이지만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이번 사건에서 책임질 사람은 결코 사건의 당사자들만이 아니다.
/홍선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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