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위한 변절이냐, 무장투쟁에 대한 전술변화냐.2월 케냐에서 터키 특수부대에 의해 체포된 뒤 지난달 31일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쿠르드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잘란은 이날 공판에서 『(내가) 사형당한다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것』 이라며 『쿠르드 반군에게 무장투쟁을 중지할 것을 지시하겠다』 고 말했다. 그는 또 『반군들과 접촉할 수 있게 된다면 그들에게 무조건 항복할 것을 명령하겠다』고 밝혀 조건부이긴 하지만 쿠르드 반군의 사실상 해체를 선언했다.
오잘란의 진술이 죽음을 면하기 위한 개인적 배신이지, 아니면 쿠르드 반군의 무장투쟁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시사한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당사국인 터키를 비롯, 현지 여론은 그의 발언의 진의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쿠르드 반군이 그의 말 한마디로 해체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국민정서상 그에 대한 사형선고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르드족 밀집지역인 터키 남동부 지역에서는 이날도 쿠르드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유혈충돌이 발생해 쿠르드 반군 1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외딴 섬 임랄리의 개조된 영화관에서 열린 공판에서 그는 『교수형을 면한다면 터키는 평화를 얻을 것이지만 사형당한다면 수십만명이 쿠르드 반군과의 충돌로 목숨을 잃을 것』 이라고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쿠르드 노동자당(PKK)이 휴전을 선언할 때까지 15년간 계속된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무장투쟁 과정에서 쿠르드족은 3만7,0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터키 반관영 아나톨리아 통신은 오잘란에 대한 첫날 공판이 오전 10시에 시작, 4시40분 휴정했으며 오잘란에 대한 139페이지 분량의 기소장을 낭독하는 절차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첫날 공판에서 검찰의 기소장 낭독이 끝났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터키 기자 12명을 포함, 내·외신 기자 20명에게 취재가 허용됐으나, 보안상의 이유로 전화 등 통신장비는 일체 반입되지 못했다. 또 유럽의회 관계자 등 외교관 12명이 개인자격으로 방청이 허용됐다.
/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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