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페미니즘. 세 편의 여성주의 연극이 나란히 열리는 6월이다.공지영씨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무대화한 동명의 연극이 먼저다. 『자신이 비참하고 초라한 존재라는 걸 더 이상 숨기기 싫었다』(영선), 『당신이 조금만 이해해 주면, 애 잘 키우면서 내 일도 잘 할 수 있어요』(혜완). 극단 얼·아리의 무대다.
미욱하게 속앓이만 하다 수면제 50알을 삼키고 자살을 택한 영선, 사랑하던 아들이 죽자 독선적인 남편과 미련없이 헤어진 혜완. 나머지 한 명 경혜는 맞불로 나간다. 아나운서인 그녀는 의사인 남편의 외도에 맞서 연하의 PD와 바람을 핀다. 정사 장면이 몽타주 수법으로 암시된다.
셋의 극중 나이는 모두 서른 하나. 출연 배우는 30대 안팎으로 모두 미혼. 극단 미추, 극단 봉원패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신인 여우들이다.
극중 인물과 같은 이름의 남성 연출가 윤영선씨는 여성의 사회적 소외감, 박탈감에 무게를 뒀다고 말한다. 7월 11일까지 인켈아트홀. 화~목 오후 7시30분, 금~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02)741_0251
중견 여류 연출가 강유정씨의 극단 여인극장은 여성의 정체성 상실과 회복에 초점을 맞춘 「키 큰 세 여자」를 공연한다. 미국의 중견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90년작인 이 작품은 42세(C), 43세(B), 91세(A)의 여인 셋이 주축이다.
이 극에서 페미니즘은 성(sex)을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귀족적이고 거만하기만 한 A의 과거에 숨은 혼외정사, B의 동성애는 세월따라 닳아져 가는 여성상. 둘에게도 아직 소녀 같은 희망에 사는 C와 같은 시절이 있었다. 자기 세계에 갇혀 살던 셋의 긴장은 A의 죽음으로 해소된다.
김금지(57), 손봉숙(43), 이용이(42) 등 세 여배우의 연기 대결이 볼거리. 여성이 나이 먹어 간다는 것의 의미를 한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8~20일 연강홀. 화·수 오후 7시30분, 목~토 오후 4시 7시30분, 일 오후 3시. (02)764_3375
극단 춘추의 「She's(그녀는 존재한다)」. 고로 그녀는 생각하는가? 여성 특유의 생물학적 특성을 사회적 존재론에 연결시킨 재치가 돋보인다. 자기만의 방을 뛰쳐나온 여성들이 내지르는 단합된 목소리다.
살고 있는 마을에 핵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무엇보다 여성들에게 심각한 위협이었다. 임산부들이 모여 뱃속 아기의 생존권을 위해 분연히 공사 반대 데모에 나선다.
시위 현장에서 딸을 출산하고, 아카펠라 합창이 울려퍼지면서 공사계획은 결국 백지화한다. 최석천 작·연출. 11~7월 25일 대학로극장 화~목 오후 7시30분, 금·토·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02)766_733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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