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의 동네 유치원에서 네살배기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기는 1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말도 안통하고 외모도 달라 쑥스러워 어쩔줄 몰라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해 바지에 실수하길 몇번이나 했다.그러나 지금은 우리 아이는 한국인 한글학교니 한인교회 유아실은 가기 싫어하고 유치원 가기를 고집한다. 거기서는 여러 놀이기구와 게임 등으로 놀리기만 하지 틀에 맞춰 뭔가를 하도록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놀기만 하다보니 아직 제이름도 못쓰는 우리 아이가 제 또래 한국아이들에 비해 뒤진다는 생각이 들어 고국에서 만4세용 학습지를 받아 「적응훈련」을 시켰다. 그러나 숫자, 글자 학습 등이 너무 어려워 이내 포기했다.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공부한 우리 학생들이 이탈리아로 유학와 처음엔 앞서가다가 결국 창조적인 감각 부족으로 현지 학생들에게 뒤처지고 마는데 있다.
밀라노의 2,000여 한국 유학생은 대부분 음악과 패션을 전공하는데 공통적으로 번득이는 예술감각 부족에 한계를 느끼곤 한다. 유학 초기 이곳 선생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앞서 가지만 결국엔 자기 개성을 창조하지 못해 2류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의류 신발 가죽 가구 등 소비재산업이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런 분야는 창조적 예술감각 없이는 결코 1류가 될 수 없다.
결국 이탈리아는 디자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성공, 오늘날 「MADE IN ITALY」는 고가 상품이라는 인식을 전 산업에 확산시키면서 선진서방7개국(G7)에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창조를 위해선 자유와 시간이 필요하다. 유치원에서 정형화된 그림이나 작업 때문에 아이들의 소중한 창조력이 파괴되고 있다면 얼마나 큰 손해인가.
또한 중·고교에서 단순 암기로 무익한 서열을 경쟁적으로 매겨가며 아까운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면 21세기를 살아갈 이들이 청소년기에 무엇을 얻겠는가.
/정봉기·KOTRA 밀라노무역관 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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