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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민심 잘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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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 민심 잘 읽어야

입력
1999.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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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은 귀국을 앞둔 시점인 지난달 31일 몽골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대통령은 『솔직히 내 나이로서는 과중한 스케줄인데도 이리 저리 뛰면서 성과를 이루었다.국내신문이 이런 것을 밀어내고 옷 문제를 대서특필하는데 대해 실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국민에 걱정을 끼쳐 죄송, 착잡한 심정도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런 섭섭함 표시를 국민들은 충분히 이해한다. 7순을 넘긴 나이에 시차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밤잠을 설치며, 정상외교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이 없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김대통령의 외국순방 도중에 더욱 불거진 옷로비 의혹사건이 그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어 법무장관의 유임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는데 (법무장관 퇴진론과는)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김대통령의 이 말은 언론보도와 청와대에서 보고한 여론조사 결과와는 차이가 있으며, 언론에서는 법무장관의 퇴진론이 강하지만 「민심」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결과의 여론조사가 있을 수는 있다. 많은 국민들은 청와대 참모들이 보고한 여론조사 결과가 현장의 민심을 가감없이 반영한 것인지, 왜 하필 그런 조사결과를 보고 했는지 그 경위를 궁금해 하고있다. 혹시 대통령과 연결되는 민심의 전달통로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국민들이 일말의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옷 로비의혹 사건은 「국민의 정부」를 믿어 온 국민들에게 극도의 실망감을 안겨준 사건이다. 고급 옷 로비 의혹사건의 사실여부를 떠나, 고위공직자 부인들과 관련된 이런 일들이 강남의 고급 의상실 주변에서 항다반사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는 가뜩이나 정권의 도덕성을 강조해왔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개혁작업을 진행중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의 눈과 귀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국정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요체다.

김대통령은 오랜기간 야당지도자 생활로 민심파악에는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럴지라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번쯤 정권의 민심 전달통로에 이상은 없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지금 이 정권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일은 이번 사건으로 증폭된 민심이반을 극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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