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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결핵노인 이젠 마음열고 건강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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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결핵노인 이젠 마음열고 건강찾아

입력
1999.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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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의원에서 방문진료를 시작한 지 며칠 안 돼 한 청년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찾아왔다. 『아버지가 자리보전하고 누운 지 6개월째인데 죽어도 병원에 입원하지 않겠다고 하니 제발 왕진을 와달라』는 것이었다.청년의 아버지는 2월 큰 병원에서 결핵 진단을 받고 퇴원한 뒤로는 약도 밥도 먹지 않고 대소변도 이부자리에서 받아내야 하는 등 입원 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했다.

노인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 사글세방에 살고 있었다. 두 눈은 퀭하고 발과 다리는 손으로 누르면 쑥쑥 들어가게 부었으며 늑골은 새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앙상했다. 노인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이제 더 살아서 무엇하느냐, 죽는 게 차라리 낫다.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노인에게 결핵치료를 시작했고 굳어진 관절을 풀어주려고 물리치료도 했다. 치료한 지 2주가 지났으나 노인은 여전히 식사를 못했고 약은 먹지도 않고 먹었다고 속였다. 치료보다 노인의 마음을 열기가 더 힘들었다. 힘겹게 병든 부모를 모시는 청년을 보기가 민망했다.

하루는 저녁 진료를 하고 있는데 그 노인의 아들이 미안한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아버지가 몰래 이뇨제를 드시고 하루 종일 소변을 보다 통증이 심해져 『선생님을 꼭 모셔오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진료를 마치자마자 청년과 함께 환자를 찾았다.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전날 야근을 하고도 병든 아버지를 위해 달려온 청년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밤이 늦었는데도 와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환자에게서 처음으로 듣는 치사였다. 검사를 해보니 급성요로감염이었다.

약을 드리자 소변은 제대로 돌아왔다. 그 후 노인환자는 휠체어에 앉아 아들과 공원에 다녀올 정도로 원기를 회복했고 며느리도 보고 싶고 손주도 품에 안고 싶다며 삶의 의욕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도 야간진료를 마친 후 방문진료를 가면서 종합병원에 가지 않아도 좋을 환자들이 하루종일 기다려 5분도 안되는 진료를 받는 종합병원을 떠올린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임종을 눈앞에 둔 환자들이 큰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의료진을 기다릴 수 있는 때가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생명의 의지를 새롭게 보이던 그 노인 환자가 생각난다.

/백인미·사당의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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