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정보국장이 갔으니 이번엔 법무부장관?」고가옷 로비사건이 결국 김태정법무부장관의 거취문제로까지 비화되자 검찰을 비롯한 일부에서 『경찰이 이번 사건의 「뇌관」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고 있다.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검찰과 갈등을 빚어오던 경찰이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에 「카운터 펀치」을 날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제일 먼저 손댄 곳은 일명 사직동팀이라고 불리는 경찰청 산하의 조사과. 아무리 청와대의 지휘를 받고 있더라도 조사과 직원들의 「친정」이 결국 경찰이라는 점이 이같은 추측의 근거. 이와관련 검찰관계자들은 사직동팀이 1월중순 첩보를 입수한뒤 대상자를 내사, 일단락 지은 사건이 다시 불거져 나온 시점이 김장관의 입각발표일(5월24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광식(崔光植)조사과장이 28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내사과정을 설명하면서 『김장관 부인 연정희씨가 최순영신동아회장의 구속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말했다가 번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스스로는 「실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 사정반을 지휘하는 조사과장이 발언의 파문을 짐작하지 못할 만큼의 정치적 감각도 없겠느냐』는 반문은 여기서 비롯된다. 더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 조사과 내사자료중 연씨에게 불리한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같은 추측에 대해 경찰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 익명을 요구한 경찰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찰이 그 정도로 힘이 있다면 수사권독립은 벌써 이루어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뇌관제공설」을 부인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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