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회의의 확대간부회의. 한 고위 당직자는 『여당을 하다보면 사고는 다른 곳에서 내고 당은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가 많다』고 푸념했다. 그는 『악재는 생기게 마련』이라며 『정정당당히 정직하게 수습하자』고 했다.고급옷 로비의혹사건 등에 대한 국민회의의 대응은 과연 정정당당했을까. 국민회의의 대국민창구인 대변인실 논평 메들리를 훑어보자. 『「여자 옷」 이전에 최순영회장이 한나라당에 건넨 정치자금 5억원 먼저 해명하라』(5월27일) 『고급옷집 원조단골은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서상목(徐相穆)의원 부인이다』(5월28일) 『옷사건에 대한 정치공세강화는 재선거에 악용하려는 정치술책이자 유언비어에 편승한 정치공세이다』(5월29일) 등등. 국민회의에서 내놓은 대응책의 큰 줄기는 『당신도 옷을 샀잖아』라는 식의 「물귀신 작전」이었다. 또 야당에 『수사가 끝나기 전까진 말하지 말라』며 「임무」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의 호화판 생일잔치에 대해선 눈을 감았고 「3·30 재보선」 50억원 사용설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101억원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럼 얼마를 썼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
재선거를 코앞에 두고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심정은 알지만 민심을 읽는 눈이 이렇게 어두워졌을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야당이 만들어낸 사건이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야당에 대한 물귀신 작전이나 원색적 비난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도덕성 위기에 대한 자기반성과 이에 따른 고강도 처방전일 것이다. 병인(病因) 진단이 어설프면 처방도 땜질식이 되고 환자의 병은 더욱 깊어진다. 이제라도 정정당당한 수습을 기대한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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