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일스 데이비스·퀸시 트루프 지음/성기완 옮김 -사람들은 사실을 알고 싶어하지만, 진실은 조금씩 뜯어 먹기 좋아 한다. 격렬한 진실 앞에서는, 움츠리거나 외면하기 일쑤다. 인기인에 대한 관심은 아예 관음증(觀淫症)이다. 모두 3권으로 최근 나온 전기 「마일스」는 치사량의 진실로 관음욕에 맞선다.
찰리 파커에서 칙 코리어까지, 40년대 이후 재즈의 선두에서 일류들과만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재즈의 새 시대를 연 트럼페터 마일스 데이비스가 89년에 남긴 구술을 정리한 책이다. 4년간 쳐넣었던 마약, 금단의 고통, 75∼80년 공백기의 절망 등등의 우수마발에서 건져 올린 진실들이다.
욕설이 벌거벗고 나와 방점을 찍어댄다. 뻔한 대화와 예정된 웃음, 사교 파티를 능멸한 거장의 삶. 코브라의 독이빨같은, 치명적 아름다움이 도처에 널려 있다. 예를 들면, 「1945년(19세) 가을, 줄리아드를 그만 두면서 나는 아무런 후회의 느낌도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재즈 뮤지션들과 연주하는데, 나쁠 게 뭐가 있었겠는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돌아 보지도 않았다」(1권)
먹장구름을 뚫고 나오는 한줄기 섬광은 눈부시다. 「우리는 눈으로, 손가락으로 대화했다. 그런 식으로 의사를 나누면 거짓이 없다. 느낌으로 가는 수 밖에 없다. 정말 파리의 4월(April In Paris)이었다. 그렇다. 나는 사랑에 빠진 것이다」. 언어는 하나도 통하지 않았지만 그의 음악, 그의 스타일에 반했던 프랑스 최고의 가수 쥴리에트 그레코와의 짧고 강렬했던 사랑이다(1권). 그레코는 장 폴 사르트르, 말론 브랜도, 폴 뉴먼 등 마일스의 주위를 배회했던 많은 별들 가운데 하나다.
20대 중반, 그는 「감옥에 있으면서 눈을 뜨게 되었고 진정한 계시를 받았다」. 그의 통찰은 직설적이다. 「동료 뮤지션인 필리 조가 백인 변호사였다면 미국의 대통령이 됐을 것이며, 그것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말을 빨리하고 거짓말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2권). 3권은 퓨전의 아버지로 세상을 주름잡던 이야기다.
옮기는 데 3년의 시간을 쓴 성기완(33·음악평론가, 록그룹 「99」 리더)씨는 『생생히 살아 있는 흑인 구어체의 번역은 불가능함을 깨달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진흙탕에서 피어 오르는 연꽃이 더욱 감동적이다.
책은 그가 아티스트로서 왕성하게 활동한 80년대까지의 기록이다. 롤링 스톤지(誌)는 『우리를 황홀케 하는 책』이라 했다. 마일스는 91년, 65세로 세상을 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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