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일하는 청와대를 위하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일하는 청와대를 위하여

입력
1999.06.01 00:00
0 0

IMF 관리상황에 따른 극한적 위기의식 속에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청와대의 조직과 운용에 관한 세가지 중요한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작은 청와대」 「비서는 비서다」 「비서관들에 대한 비서실장 공식위상의 실질화」였다.이전 정부에서 청와대는 지금의 청와대보다 조직과 활동반경이 더 컸다. 따라서 과거 청와대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예산에 더하여 안기부에 책정된 수백억원의 청와대 통치자금으로 운용되었다.

게다가 각 비서실은 종종 터져나온 청와대 뇌물사건으로 드러났듯이 상당한 뇌물성 자금도 줄곧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청와대는 막강한 힘과 실무장악력으로 각 부처와 장관의 고유권한을 약화시킬 정도로 위압적 지휘력을 행사하였다.

수석비서관들은 비서실장을 젖히고 대통령의 부름에 따라 수시로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때로 비서실장이 허세가 되고 이른바 「실세수석들」이 업무범위를 넘어서까지 간섭하는 일이 종종 생겨났다. 지금은 이 모든 일이 어제의 일이 되었다. 이것은 중요한 발전이리라. 그러나 서구에서 신자유주의적 「작은 정부론」이 노화된 복지국가에 대한 그릇된 대안이었듯이 지금의 「작은 청와대」는 인원·예산부족, 시간·권한부족 등으로 나타나는 심각한 과적(過積) 몸살을 앓고 있다.

예산과 인원은 누구나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로 적다. 대통령은 국정원에 책정된 청와대 통치자금 100억원을 단돈 1원도 쓰지 않아 국정원은 이 돈을 국고에 반납하였다. 청와대 비서실이 부처산하 연구소에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게다가 수석비서관은 활동비가 기백만원에 불과하여 수시로 자문받는 민간전문가들에게 거마비는 커녕 제대로 된 식사대접도 어렵다. 청와대 비서실을 자문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모두 자문을 꺼린다. 비서실은 돈 때문에 기자들을 기피해 국정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로 발령받은 각 언론사 기자들도 수석비서관을 만나기 힘들고 쿠퐁들고 식당에서 밥타 먹어야 하는 청와대 실정을 접하고 모두 김빠져 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이 사무공간 부족으로 각 부처와 예하 조직의 회의실을 배회한다.

「비서는 비서」라는 원칙으로 인해 청와대 비서실의 부처 지휘력은 실질적으로 사라졌고 각 부처 담당관들은 청와대의 특별위탁 사항을 뭉개 버린다. 따라서 청와대에서 모자라는 인력과 예산으로 정책방향을 수립해 봤자 종종 소용이 없다. 또한 청와대내 공식적 권한·지휘관계를 실질화한 것은 기본적으로 옳은 것이나 내부관계가 너무 경직된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한마디로 「비서는 비서」라는 원칙으로 운영되는 「작은 청와대」는 「일할 수 없는 청와대」다. 극한적 IMF 위기상황에서 관철된 이 청와대의 조직과 운용원칙은 그간의 폐해를 극복하고 경제회생 기조에 따라 확대되는 업무들을 원할하게 처리하기 위해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제 「작은 청와대」 원칙을 완화하여 예산과 인원을 적절히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개혁완수를 위해 「일하는 청와대」가 될 수 있다. 청와대 비서실은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분신」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홀로 각 부문의 국정과 민심을 다 챙길 수 없다.

비서실은 대통령의 손발, 눈과 귀가 되어 각 부문의 국정과 민심을 세밀히 느끼고 만지는 한편, 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독려하고 이행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청와대가 국민의 눈에 「일하는 청와대」이다. 「대통령의 분신들」이 과거처럼 부처 장관을 무력화할 위험은 부처 고유권한의 존중 원칙으로 미리 선(線)을 긋고 권한다툼이 생길 때는 비서실장의 감독과 판단으로 원만히 해결하면 될 것이다.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