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옷 로비 의혹」을 바라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심사는 아주 착잡했다. 김대통령은 31일 러시아·몽골 방문을 결산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조사가 끝나고 진상이 밝혀지면 판단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표정, 함축적인 표현은 여러가지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우선 『이 문제를 국민의 정부가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언급은 단호한 사건처리를 예고해 주고 있다. 『유리 속을 들여다보듯 투명하게 조사해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는 강조도 동일한 맥락이다. 정권교체 후 1년반이 지나는 현 시점에서 여권이나 정부 일각에서 고개를 드는 부패 유혹, 느슨함을 차제에 일소하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해준다. 공식적이지는 않더라도 내면적으로 사정이 강화할 개연성이 있다.
최대 초점인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의 사퇴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피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조사 결과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사퇴의 뉘앙스를 준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봤는데 (사퇴론과는) 차이가 있다』는 답변에서는 유임에 대한 집착도 엿보인다. 김대통령을 수행중인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김장관이 무조건 퇴진해야한다는 답변이 33.1%인 반면 진상조사결과에 따라 퇴진여부를 결정해야한다는 응답이 57.1%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어떤 정권이든 뜻하지 않게 철없는 사람이 잘못을 하고 오해도 생길 수 있다』고 언급한데서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잘못은 퇴진으로 이어지지만, 오해는 사실 교정과 유임을 의미한다. 국내 언론에 대한 서운함도 사실이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인식의 일단을 보여준다.
김대통령은 현 시점에서는 양론 사이에 서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귀국하기 전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흘러나온 조사결과는 결코 김태정법무장관에 유리하지 않다. 귀국후 김대통령은 거센 김장관 해임 압력을 받을 것이며, 그 이상의 조치를 요구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 여론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김대통령은 적정한 시점을 택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만일 교체 결심이 선다면 그 방식은 김법무장관의 사퇴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김대통령도 이를 토대로 반전을 도모하기 위해 대국민성명을 발표, 심기일전의 의지를 피력하고 그 구체적 실천으로 기강확립에 나설 수도 있다.
/울란바토르=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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