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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작가상] "진짜 나는 누구인가" 내면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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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작가상] "진짜 나는 누구인가" 내면 성찰

입력
199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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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는 누구인가? TV화면에서 보여지는 나, 혹은 게임 같은 가상공간에서 맹활약하는 내가 진짜 나인가, 아니면 현실에 한없이 무기력한 내가 진짜 나인가? 영상과 사이버스페이스가 현실을 압도하는 지금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의 핵심은 이것이다. 보는 내가 진짜인가, 보여지는 내가 진짜인가?민음사가 주관하는 제23회 오늘의 작가상 공동수상작인 고은주(32)씨의 「아름다운 여름」과 우광훈(30)씨의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은 내용과 형식이 전혀 다른듯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고씨의 「아름다운 여름」은 한 지방방송국의 여자 아나운서와 그녀를 뒤따라다니는 스토커가 주인공이다. 경력 9년의 아나운서 경은은 모든게 시들해졌다. 「습관의 힘」으로 방송을 계속해오는 사이, 그녀는 정오뉴스를 시작하는 자신의 진지하고 명랑한 음색이 자신의 것이 아닌 가증스러울만큼의 가식이라고 느끼고 있다. 젊은 날의 생기는 사라지고 삼십대의 무기력만 남았다.

아나운서로 보여지는 자신과 실재하는 자신의 얼토당토않은 관계에 회의하고 있는 그녀의 삶에 어느날 한 스토커가 끼어든다. 그는 삶에서 늘 뭔가 부족하고 비어있는 느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밥벌이도, 가정을 꾸리는 일도, 사내로서 기본적으로 해야할 어떤 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청년이다. 기식하고 있는 누나의 아파트 11층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일로 소일하던 그는 우연히 몇 번 본 경은의 모습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시민으로 사회에 편입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찍혀있는 낙인」을 본다. 그때부터 그는 경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스토킹의 시작이다.

실제 방송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작가 고씨는 표피적으로 매끈한 우리의 하루하루가 실은 얼마나 가식에 젖어있으며, 그로부터의 도약을 위해서 필요한 내면적 성찰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진지한 문체로 그려보인다.

이야기의 배경과 구성, 스타일은 전혀 다른듯 보이지만 우광훈(30)씨의 「플리머스에서의…」도 사실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시간적 배경은 서기 2237년, 공간적 배경은 가상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떠난 19세기의 미국서부 플리머스라는 곳. 여기에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모여든다. 「절제된 감정」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바탕으로 상상력의 건맨이 되고 싶은 총잡이 크로켓, 비생산적 예술의 철폐를 주장하는 술집여주인 케리, 가상현실에 적응못하는 무능한 보안관 찰리, 진정한 19세기적 악당을 꿈꾸는 레드 리버 등등.

이들은 모두 나름의 희망을 안고 플리머스라는 가상공간으로 찾아왔지만 결국 그 꿈은 관념의 유희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23세기의 현실로 귀환한다. 작가는 독특한 스타일리스트적 구성과 문체 속에서도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리얼리티를 잃지 않으며 유쾌한 상상력을 펼쳐보인다.

고씨는 95년 문학사상 신인상, 우씨는 9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인작가. 두 사람 다 현실에 바탕한 탄탄한 상상력의 글쓰기가 작품을 읽히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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