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범 6개월만에 11% 하락 -유럽 11개국 단일 통화인 유로화가 출범 6개월만에 침몰하는가.
유로화의 가치가 지난주 출범이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치자 유럽중앙은행(ECB) 안팎에서는 유로화의 추가하락을 막기위한 시장개입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영국 텔레그라프지는 ECB가 미국과 영국의 휴일인 31일을 기해 시장개입을 단행, 유로화 방어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유로화의 공식 마감가격은 1.0457달러. 올 1월 유로출범 당시 1.16675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무려 11%나 하락했다. 더욱이 1유로가 1달러까지 하락행진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유럽단일 통화정책의 근본적인 수정론도 제기됐다.
달러화에 필적하는 강한 통화가 등장하고 최대의 단일 경제시장이 형성된다는 출범당시 「희망의 팡파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ECB관계자들은 우려속에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스 티트마이어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은행) 총재는 『유로가 지금까지 잘 지탱해 왔지만 사태진전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측도 역내 물가안정을 위해서만 통화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는 원칙을 들어 시장개입을 부정하는 분석도 있다. 이 때도 11개 유로 재무장관들이 참석하는 유로_11개위원회의 결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손쉬운 조치는 아니라는 것.
지난주 유로화 급락의 직접 원인은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악화. ECB는 「안정과 성장에 관한 조약」에서 유로권의 재정적자폭을 국내총생산의 3%를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2%를 가입의 자격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가 경제사정의 악화를 들어 2.4%를 요구해 왔고 ECB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ECB의 단일 경제정책 기조가 무너지는 신호였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유럽 전체의 경기침체 현상이다. 올들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유로권 경제규모의 절반을 차지하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99년 성장률을 1%가까이 축소 전망했다.
OECD는 유로권 전체 성장률은 2.1%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각국이 2%선 유지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함께 아일랜드 등 일부국가는 경기 과열양상까지 보여 ECB의 정책 단일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유로화 추락이 강한 달러화에 대한 일시적인 약세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약세로 돌아서더라도 유로권 경제정책의 재평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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