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끝난 뒤, 소설가 오정희씨는 말했다. 『사회에 무방비로, 알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그렸다. 사회는 그들이 작고 힘이 없을 때 더욱 폭력적이다. 절망적이다』라고. 그의 설명을 듣고서야 겨우 드라마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KBS 2TV가 96년에 이어 세번째 부활시킨 「TV문학관」. 그 향기를 아직도 많은 이들은 기억한다.「새」(극본 박남준·연출 장형일·30일 오후 10시10분 방송)는 일관성을 잃어버렸다.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의 상처를 훑어가는 세태 묘사도, 그 속에서 힘겹고 외롭게 살아가는 어린 우미(장수혜)와 우일(유종원) 남매의 상처와 아픔, 꿈을 정성스럽게 그리는 데도 실패했다. 많은 것을 얘기하려 했고, 「TV문학관은 여느 드라마와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일까. 그 때문에 정서는 일일생활드라마의 코믹성과 어린이극의 단조롭고 어색한 분위기 사이에서 흔들거렸다.
막노동일로 떠도는 아버지(정동환)와 그의 폭력을 못이겨 도망간 엄마로 인해 고아가 된 열두살의 우미는 어른들의 상처와 상실을 목격한다.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술집여자 화자(방은희)와 불구가 된 집주인의 딸(권재희). 남장여자로 사는 문씨(연운경)와 그의 정체를 폭로하는 트럭운전사 이씨(정종준). 그리고 포장마차를 하는 정씨(양형호).
그들의 상처는 모두 폭력에 의해 생겼고, 그들은 그것을 떠남과 죽음이란 절망으로 치유하려 한다. 새 삶의 희망을 잃은 아버지는 다시 떠돌고, 화자는 아버지의 직접적인 폭력과 육체적 쾌락만이 아닌 전정한 사랑을 얻지못해 떠나고, 동성애자인 문씨는 이씨의 희롱과 주변의 눈을 피해 떠난다. 바람난 아내의 상대남자를 죽이고 숨어지내던 박씨는 경찰에 연행된다.
「새」는 그것들을 아이들의 삶 속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에피소드처럼 나열만 했다. 동생인 우일이 불량배들과 어울려 도둑질을 하다 다치고 끝내 숨을 거두는 것과, 우미가 새장 속의 새를 날려보내는 것이 의미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꿈의 소중함을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흉내내는 데 그쳤다.
이런 실패는 원작에 얽매여 과감히 버리고 약화해야 할 것들을 제대로 고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주인공일 때, 언어로 묘사되는 소설과 달리 연기력이 부족한 아이의 존재는 자연히 약해진다. 때문에 주변 어른들의 인물과 사건은 주제를 깊게 하거나 드라마가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방해가 된다. 아이들의 연기는 너무나 어설프고, 어른들의 연기는 너무나 작위적인 「새」. 시청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다음 TV문학관은 홍성원 원작 「폭군」. 한 달 후께 방영된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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