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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옷 로비설 수사] 배씨 주도, 정씨 동조한 '실패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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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옷 로비설 수사] 배씨 주도, 정씨 동조한 '실패로비'

입력
199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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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4일간의 마라톤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강인덕 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가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구명을 위해 김태정 검찰총장의 부인 연정희씨를 상대로 로비를 시도하려다 실패한 사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로비를 빌미로 「제몫」을 챙기려 한 흔적도 일부 포착한 상태다.검찰에 따르면 배씨는 지난해 11월중순~12월 중순 의상실 등에서 수차례 연씨를 만나면서 「신동아그룹 수사」와 관련된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당시 연씨로부터 『외자유치가 안되면 어렵겠다』는 말을 듣고 12월16일 이씨를 만나 『남편이 구속될 것 같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귀띔해준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후 배씨는 이씨로부터 『잘 납득하게 얘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본격적인 로비에 나섰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배씨가 연씨와 이씨를 연결시켜준다는 명목으로 연씨 등 장관 부인들과 함께 앙드레 김, 라 스포사 등에서 고가 의류를 구입한 뒤 이씨에게 옷값 수천만원을 대신 지불토록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한 장관부인이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에서 『당시 맏언니격인 배씨가 「돈은 내가 낼테니 한번 입어보라」고 권유하는 등 선심을 크게 썼다』고 주장한 것도 당시 배씨의 행적을 뒷받침해주는 정황증거다. 당시 배씨가 연씨에게 옷을 사주거나 사주려고 여러차례 시도한 것 역시 로비를 위해 연씨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방법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또 배씨 등이 보통 시중가보다 터무니없이 부풀려 옷값을 이씨에게 요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의류업체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샀거나 관심을 보였던 옷 1벌이 최고 200만원 안팎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배씨 등이 이씨에게 수천만원의 옷값을 요구했다면 그 이유를 추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이 로비를 빌미로 이씨로부터 일부 이득을 챙기려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셈이다. 이럴 경우 이번 사건은 두 사람이 연씨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일을 꾸미려다 이씨의 거절로 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또 연씨의 호피무늬 털코트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으로 이미 결론지은 상태다. 『연씨가 지난해 12월28일 라 스포사에서 보내온 모피코트를 1월5일 돌려줬으며 결코 입고 외출한 적은 없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그러나 앞으로 수사결과 발표에서 연씨가 「신동아그룹 수사」와 관련해 배씨에게 언급한 내용과 연씨가 코트를 즉각 돌려주지 않고 일주일 넘게 장기보관한 점 등이 설득력있게 드러나지 않을 경우 이번 수사는 결국 「해명성 수사」라는 비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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