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모 유명백화점 본점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피혁제품 매장에서 한달여전 출시된 무명의 브랜드가 4월 월간 매출액에서 유명메이커 제품들을 제치고 당당히 2위를 차지한 것.『저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어요. 고품질의 저가 브랜드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 같아요』 주문자생산방식(OEM)제품만 고집하다 국제통화기금(IMF)불황속에서도 과감히 「가쪼마니」라는 자체 브랜드를 출시한 ㈜어레인지의 이석균(李錫均·46)사장은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84년 가내수공업 형태의 피혁공장을 인수하면서 사업에 뛰어든 이사장은 「모험」을 싫어하는 기업인이었다. 수차례 부도위기를 맞으면서 15년동안 OEM제품 납품이라는 한 우물만 파 품질을 인정받아 왔다. 그 결과 K, E, N사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메이커들과 차례로 거래를 터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사장은 그러나 IMF를 겪으면서 자체 브랜드 출시라는 모험을 강행했다. 이사장 성격으로는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IMF로 소득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눈은 높은 젊은 여성들을 겨냥하면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품질이야 이미 납품한 메이커제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정받은 것이고 가격대만 낮추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브랜드 이름도 가죽을 뜻하는 「갖」과 주머니를 의미하는 「조마니」등 젊은이들에게 호감을 주는 순 우리말을 합성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그동안 「메이커」만 찾던 젊은 여성들이 품질과 가격이 모두 만족스러운 생소한 이름의 「가쪼마니」에 호감을 보여 전국 8개 백화점에 둥지를 틀게 됐다.
여세를 몰아붙여 올해 말까지 30여곳의 백화점에 매장을 입점시킬 계획. 올해 「가쪼마니」 매출액을 1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사장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데 힘써 우리 상표로 세계시장을 누비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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