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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김성식사장] "부엌을 알아야 주부맘 사로잡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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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김성식사장] "부엌을 알아야 주부맘 사로잡죠"

입력
1999.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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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개발에 매달렸습니다』통신판매업계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중인 「돌삿갓 요리박사」를 개발한 중소기업체 대덕의 김성식(金盛植·49·사진)사장은 개발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이같이 토로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현재 케이블 홈쇼핑업체인 39쇼핑에서 독점으로 매주 생방송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만능요리기 돌삿갓 요리박사는 지난 3월 17일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한데 이어 28일 현재 총13만3,000개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방송만 하면 1시간에 평균 2,500개, 즉 2초당 1개 꼴로 판매되는 등 주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돌삿갓 요리박사」는 전통항아리나 뚝배기그릇의 기본원리인 다공체 구조로 되어있은 것이 가장 큰 특징. 열전도율이 낮아 물과 기름 없이도 각종 요리가 가능하다. 바닥에 눌러 붙지않아 달걀굽기, 고구마굽기, 생선구이, 갈비찜, 오징어데치기등 거의 모든 요리가 물기없이 가능하며 영양돌솥밥, 누룽지, 군고구마, 군밤, 각종 육류구이, 오징어구이, 조작바베큐, 해물탕등을 요리할 수 있다. 만능요리기인 셈이다.

돌삿갓이 나오기까지는 김사장과 아내 정순남(鄭順南·40)씨의 씻을 수 없는 피눈물이 가득 담겨있다. 95년 초, 생활용품을 대구시내 백화점에 납품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생활자기를 생산하던 김모씨를 알게됐다. 당시 김씨는 1년전 현재 돌삿갓의 원제품인 「도자리 그릇」을 개발, 특허를 받았으나 판로를 찾지못해 상품화를 포기한 상태였다.

일단 그릇을 집으로 가져와 상품화에 골몰하던 그는 마침내 확신을 갖게됐다. 이어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96년초 유일한 재산이던 30평짜리 집을 담보로 5,000만원을 대출받아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 『성공하지 못하면 길거리로 내쫓긴다』는 각오로 백화점과 당시 성황이던 중소기업박람회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목이 쉬도록 설명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우선 제품 개발이 급선무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러길 서너달. 밤을 함께 지새며 조언을 아끼지 않던 아내의 내조 덕분으로 수십번의 실패 끝에 기존 제품과는 색다르게 그릇속이 보이는 둥근 강화유리를 덮고 지름과 깊이를 늘린 지금의 돌삿갓을 개발했다. 그러나 판매망을 찾지못해 한달에 겨우 20개가 팔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성공은 노력하는 자에게만 오는 법. 97년 초 「우수중소기업 상품전」에 참가했다가 39쇼핑과 인연을 맺었다. 그해 7월 첫 방송을 탔다. 첫달 78개가 팔렸고 이어 293개(8월) 3,333개(9월)로 판매량이 급등했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은 잠시뿐. 10월에 1,300여개로 판매량이 급락하며 방송 중단위기까지 몰리게 됐다. 『한두가지 요리의 실연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한 그는 또다시 아내와 부엌에서 밤을 지샜다. 이번에는 요리연구였다. 돌삿갓으로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40여가지의 요리방법을 개발, 11월 방송부터 선보이자 판매량이 5,000개 이상으로 또다시 급등했다. 방송국 한켠에서 판매 수치가 늘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사장과 정씨는 손을 꼭잡은 채 속눈물을 흘렸다.

판매부진으로 부도위기에 몰려 아내와 단둘이서 공장을 꾸려나갈 정도로 어려웠던 그이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중소기업 성공케이스로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남들은 운이 좋다고 하지만 피와 땀이 깃든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오늘의 돌삿갓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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