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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 사극의 명장 KBS 김재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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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열전] 사극의 명장 KBS 김재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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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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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옛날에 태어났다면 그는 명장이 됐을 것 같은 신체적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93㎏의 거구, 굵은 베이스의 목소리, 날카로운 눈빛. 사극 전문 연출가 김재형(62) PD. 96년 KBS를 정년퇴직했으나 계약직 PD로 일하고 있다. 명함에 찍힌 공식 직함은 대경대학 방송연예학과 부교수.24일 오후 2시 그를 만나기 위해 KBS 별관 지하 1층의 「태조 왕건」 사무실 위치를 묻자 사람들은 「영감님 방」이라고 말하며 안내한다. 「영감님」 단어에는 37년에 걸친 김PD의 연출의 편린과 영광, 땀 그리고 찬사와 비난이 배어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기자가 온 지도 모르고 넋을 잃고 있다. 뭔가 열심히 뚫어져라 책상만 쳐다보고 있다. 뭐를 보나 다가서 보니 책상에 붙여놓은 태조 왕건 세트 조형도였다.

『7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2000년 1월 1일 방송될 태조 왕건 때문에 정신이 없어. 문경새재에 세워질 10만평 규모의 세트도 문제고 캐스팅도 걱정이지』

그는 시청자들에게는 김재형 PD라는 이름보다 97~98년 방영된 「용의 눈물」 연출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극하라는 팔자인 모양이야. 사극할 때는 마음도 몸도 편하거든』 사극하는 이유에 대한 간결한 답변이다.

경기상고 2년 때 연극하면서 CBS 성우 한 것이 계기가 돼 방송계에 입문했다. 동국대 국문과 4년 때 서울중앙방송 라디오 연출자로 특채된 뒤, 62년 KBS TV 개국요원으로 참가했다. 한국 최초의 사극 「국토만리」를 연출하고 64년 창설한 TBC로 옮겼다. 사극으로선 최초로 일일극 형식으로 시청자와 만난 「민며느리」 「언제나 오실랑고」 「후취댁」 등 20여편에 달하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70년대 말 방영돼 시청자들을 TV 앞에 붙잡았던 「임금님의 첫사랑」 「별당아씨」도 김PD 작품.

『40여편 사극하고 나니 정말 사극이 싫증났어. 그래서 중역진에게 나도 현대극 한 번 해보자고 졸랐지』 한 분야에 최선을 다한 사람은 다른 분야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양이다. 작심하고 연출한 현대물이 바로 방송사 통폐합(80년)으로 TBC에서 시작해 KBS에서 끝난 「달동네」. 이 드라마도 장안의 화제를 몰고 왔다. KBS로 돌아온 김PD는 「한명회」 「비가비」 「서궁」 등 사극을 이어 연출했다.

『사극은 허구이지만 역사의 거울이라는 생각으로 만들고 극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다』 사극 연출관이다. 그는 「3조(早) 3탈(脫)」을 해야 우리 사극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조기 기획·제작·순환과 탈 매너리즘·졸속·스튜디오.

김PD는 방송가에선 싸움꾼으로 유명하다. 『캐스팅에선 연극배우 등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사람을 기용하지. 이것은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야』 「용의 눈물」 할 때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숙번 역 캐스팅을 놓고 1주일간 중역진과 고성이 오가며 갈등을 빚었다. 결국 김PD가 밀어부친 무명이지만 연기력 있는 선동혁이 낙첨. 결과는 대성공. 「태조 왕건」도 스타는 쓰지 않고 무대나 브라운관에서 검증받은 연기력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독단이 강한 PD로 비친 것도 사실. 두시간 동안 인터뷰하면서 기자에게 질문할 틈을 주지 않고 자기 말만 했다.

인터뷰 말미에 갑자기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내가 고마운 사람이 있어. 이 기회에 칭찬 한 번 했으면 해. 내 아내야. 부부동반 해외여행 한 번 못가고 한 달에 절반은 외박인데 이혼 안 당한 게 천만다행이야』 아내 자랑 하면서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이 큰 덩치의 장인연출가에게서 느껴지는 또다른 면모였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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