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김병현(20)이 메이저리그 데뷔무대서 한국인 최초로 세이브를 기록했다.김병현은 30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뉴욕 셰이스타디움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서 8-7로 앞선 9회말에 등판, 세 타자를 상대로 외야플라이 2개와 삼진 1개를 뺏으며 무실점으로 봉쇄해 첫 세이브를 따냈다.
애리조나의 9회초 공격이 끝나자마자 다이아몬드백스 벅 쇼월터 감독은 불펜에 대기하고 있던 김병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메이저리그 승격 2일만의 전격 등판.
4만여명에 이르는 메츠 관중들의 야유와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스코어, 그리고 메츠의 최고 강타자들인 2번 알폰소, 3번 올러루드, 4번 피아자와의 대결. 가장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빅리그 데뷔무대에 선 김병현은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이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김병현은 첫타자 알폰소와 맞서 8구째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125㎞짜리 슬라이더를 구사,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는 좌타자 올러루드. 5회 투런홈런을 날린 올러루드도 김병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체인지업에 휘말려 평범한 좌익수 뜬 공으로 아웃.
마지막 타자는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LA 다저스에서 이적한 마이크 피아자.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이자 메츠 팬들에게 김병현이란 이름 석자를 뇌리에 깊게 각인시켜준 대결이었다.
초구 스트라이크. 2구는 파울볼(슬라이더). 김병현은 3구째를 150㎞짜리 직구로 한복판에 집어넣었지만 파울볼. 4구도 파울볼. 결국 5구째 바깥쪽 떠오르는 커브를 던지자 피아자의 방망이가 헛돌면서 파울팁, 주심의 손이 힘차게 올라갔다.「오리엔탈 핵잠수함」의 강력한 어뢰에 「거함」 피아자가 격침되는 순간이었다.
김병현은 마운드에서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성을 질렀고 피아자는 고개를 숙인채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총 17개의 공을 던진 김병현의 최고 구속은 150㎞(93마일). 김병현은 31일 메츠전 등 앞으로의 경기에는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번갈아 맡을 예정이다.
뉴욕=이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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