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의혹」사건의 핵심 인물인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 강인덕(康仁德)전 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세사람의 관계는 검찰의 대질심문으로 「돌아올 수없는 강」을 건넜다.장관과 검찰총장, 재벌회장 부인으로 남다른 관계를 유지했던 세사람의 관계는 검찰에서 서로 상대방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면서 하룻밤새 원수관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씨는 안사돈과 20년지기인 배씨를 수년전부터 알고 지내던 둘도없는 사이. 사건의 발단도 배씨가 이씨에게 최회장의 구속방침을 알려주면서부터 였고, 「우산을 준비하라」고 말한 사람도 배씨였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이씨는 옷로비의혹이 불거진 이후 배씨에 대해 줄곧 『우리쪽을 도와주려고 노력한 사람』이라며 우호적인 평가를 했다. 반면 배씨는 『쓸데없이 해명자료를 만들어 사건을 일파만파로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이씨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등 악감정을 드러냈다.
수요봉사회에서 만나 알게 된 배씨와 연씨는 「어려운 시기에 신앙을 갖게 됐다」는 공통점 때문에 서로 마주앉아 봉사활동을 하고 문제의 라스포사 등도 함께 다닐 정도로 친밀했다.
두 사람은 사건이 터진이후 서로에 대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연씨는 배씨 때문에 자신이 이번 일에 휘말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연씨는 청와대 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은 후 병상에 있던 배씨를 찾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며 검찰조사에서도 『배씨가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씨도 『나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연씨에 대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장 관계가 악화한 것은 연씨와 이씨. 할렐루야 교회를 다니면서 「교우」 관계로 알게 된 두사람은 사실상 「원수」가 됐다.
연씨는 검찰에서 『97년 여름 남편이 검찰총장에 취임하자 그 쪽(이씨)에서먼저 아는 체 해왔다』며 이씨가 배씨와 작당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씨도 『지난 추석때 연씨에게 제주산 전복을 보냈다가 거절당한 뒤 연씨가 「전복으로 로비가 되느냐」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는 등 좋지않은 감정을 드러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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