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들의 애환을 담은 트로트 멜로디가 부처님 말씀에도 어울릴까? 담대한 스님이 파격을 감행한다. 트로트와 불교의 만남. 이유는 포교 방식의 혁신. 서울 청량리 백선사 주지 대주스님이 장본인이다. 올해로 이순. 얼굴에 거리낌의 그림자가 없다. 대답도 간단하다. 『어울리지요』.대주스님은 7월 12일 오후 7시30분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고 손목인 선생 유작 및 대주스님 신곡 발표회」를 갖는다. 외형상 트로트 가수 신곡 발표회와 다를 게 없다. 『명분을 걸거나 거창하게 의미부여할꺼 있나요』스님의 반문. 다만 600장으로 한정된 초대권을 나눠주고 무료로 입장시킨다는 점이 색다르다.
방송인 김동건씨의 사회로 1시간 30여분 동안 펼쳐질 신곡 발표회에는 설운도 주현미 등 정상급급 트로트 가수 6명이 찬조 출연해 3곡씩을 「보시」한다. 평소 한국 연예인협회 가수분과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사귄 「도반(동료)」들이다.
스님은 신곡발표회에서 6곡을 부를 예정. 우선 1월 타계한 작곡가 손목인 선생을 95년 겨울 사숙하며 배운 실력을 발휘해 「나그네 설움」과 「눈물젖은 두만강」을 열창한다. 트로트 팬들에 대한 선물이다.
다음부터 진짜. 본인이 직접 작곡·작사하거나, 작곡만 혹은 작사만한 「트로트 불가(佛歌)」들을 구성지게 부를 작정이다.
스님이 작곡 작사한 「뭐가 그리 잘났는가」이다. 스님은 허세와 교만을 경계하면서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노래한다. 내용은 엄숙해도 바이브레이션과 걸쭉한 소리넘김은 천상 「뽕짝」이다.
스님은 이밖에 자신이 작사하고 고 손목인씨가 작곡한 「그리운 을숙도」「염불하는 노승」, 직접 작사한 「해탈로 가는 길」을 부른다. 스님의 노래들은 역경을 견디며 묵묵히 정진하는 스님의 세계, 자유자재한 부처님의 경지를 담고 있다. 대주스님은 「트로트 불가」CD 3,000장을 찍어 시판중이다. CD 판매 수익금은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하는 노스님들 지원에 쓰인다.
『「불심」을 잡으려면 포교 방법을 혁신해야 합니다. 목탁만 쳐서야 목탁 좋아하는 사람 밖에 만날 수 없지요』. 스님은 『우리불교를 「대중에게 열린 생활 불교」로 혁신하기 위해 앞으로도 「트로트 불가」를 만들고 부를 작정』이라고 말했다. 서사봉기자 ses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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