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평론가들이 참 많다.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주 수입원은 이들이 쓰는 책이다. 또 글만 써서 생활하는 전업작가들도 많다. 일본 국세청이 발표한 고액납세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추리소설가 니시무라 교타로는 2억5,196만엔, 수필가 아카가와 지로는 1억9,000만엔을 각각 세금으로 내 최고 인기의 배우나 탤런트, 가수, 프로운동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일본 국민들은 책을 많이 읽지만, 동네마다 있는 수많은 도서관들이 책을 사기 때문에 웬만한 작가나 평론가들은 「고정 수입」이 보장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얼마전 열렸던 세미나에서 한 중견작가는 자신의 책을 기증하라는 도서관들의 끈질긴 요구에 대해 한탄했다. 국내 전체 도서관 1년 예산 1,600여억원중 80%는 인건비, 10%는 운영관리비로 나가고 10%만이 도서구입비인데 그나마 신문·잡지 구독료를 빼면 순수 도서구입비는 얼마되지 않는다.
■민음사는 지난달 17년째 발간해 오던 대우학술총서 시리즈를 421권에서 중단했다. 총서는 시장성은 없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전문서적이다. 그동안 대우그룹이 총서 일정량을 사 도서관에 기증하는 식으로 지원해 왔지만, 대우그룹 구조조정으로 더이상 도움이 끊겼다. 다행히 도서출판 아르케가 이어 받아 총서는 계속 나오게 됐지만, 아직 도서관의 구입문의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문화관광부는 「전국민 책읽기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상문화시대에 소홀해지기 쉬운 책읽기를 장려해 지식기반을 확충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좋은 책이 계속 생산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전문학술서나 작품집등은 도서관이 사줘야 한다. 그래야 저술·출판활동이 살아나고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수백번 외치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정식으로 구입하는 것이 21세기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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