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에 짙은 화장, 다이어트는 기본, 심지어 성형수술까지…」미인대회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한창인 대학가의 졸업사진 촬영 풍경이다. 매년 5월이면 어김없이 캠퍼스에는 진한 화장과 화려한 헤어스타일, 말쑥하게 차려입은 정장차림으로 졸업앨범용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4학년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화여대 교내 신문인 「이대학보」는 최근호에서 졸업앨범용사진을 찍기 위한 여학생들의 과소비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학보는 「과도한 치장으로 얼룩진 졸업사진 촬영」이라는 제목의 1면 상자기사에서 학생들이 졸업사진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근처 미용실에서 메이크 업을 할 경우 3만에서 최고 10만원까지, 헤어드라이는 1만5,000∼2만원, 정장 구입은 10만∼4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학교 앞 화장품 가게에서는 하루 평균 20여명의 학생들이 4만원 상당의 메이크업을 받고 있으며, 10만원이 드는 미용실에도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실제 일부 학생들은 20만원이 넘는 신부화장을 받고 있으며, 20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외국옷도 구입하고 있다.
이대 총학생회 한 간부는 『졸업앨범은 4년을 함께 지낸 친구들의 모습과 학창시절을 기억하기 위해 만드는 것인데 요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한 화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 졸업사진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보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관행에 따라 비슷한 화장기법과 헤어스타일, 획일화된 얼굴표정과 포즈를 덩달아 따라서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학보는 또 『겉으로는 개성과 자율성 존중을 운운하면서도 결국엔 전체에 휩쓸려가는 모순 속에서 다양성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제는 개개인의 개성과 졸업앨범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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