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에서 뉴욕경찰의 부패를 고발한 사건을 다룬 알 파치노 주연의 「형사 서피코」라는 영화를 방영했다.서피코와 같은 사람을 서양에서는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Whistle-blower)」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영국경찰관이 호루라기를 불어 시민의 위법행위와 동료의 비리를 경계하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한 집단의 부정과 비리를 공익을 위해 외부에 고발하여 알리는 그 집단의 조직원, 즉 「내부고발자」를 이르는 속뜻을 갖고 있다.
우리의 기억속에도 몇 명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
재벌의 부동산 소유실태에 대한 감사가 외압에 의해 중단된 사실을 알렸다가 구속되고 파면된 이문옥(李文玉)전감사관, 관권선거 지시 사실을 고발했다가 지시자 보다 더 엄벌을 받았던 한준수(韓埈洙)전연기군수, 이병때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했다가 3년간의 옥고를 치른 윤석양(尹錫洋)씨가 그들이다.
이처럼 부정이 있다고 「호루라기를 분 사람」들은 처벌받고 그 비리를 저지른 자는 용서받는 현실속에서 그 누가 나서서 호루라기를 불 수 있겠는가? 이런 현실에서는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한보철강 부도사태와 같은 부정부패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부패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부패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면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내부고발자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
내부고발자 보호는 미국을 비롯한 영국·캐나다·호주·대만 등에서 이미 입법화했고, 우리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국민회의가 지난해 12월에 발의한 부패방지법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직사회 일각에서 허위나 무고에 의한 폭로가 난무하게 되어 조직원간 불신을 조장하고 조직의 질서가 깨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해 제정이 유예되고 있다.
그러나 보호법에서는 개인 이익만을 위한 고발이나 진실이 아닌 경우에는 처벌을 주게 돼 있으며 부패와 부정으로 유지되는 질서라면 깨져야 마땅하다.
최근 내가 서울시공직자와 시민 1,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직자의 약 70%와 시민의 90%가 보호법 제정을 찬성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이 법을 통해 부패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고발자 보호의 법제화는 고발자 개인은 물론 부정부패로부터 공직사회를 보호하는 것이며, 이는 결국 국민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조속한 시일내에 보호법을 제정하여 「요람에서 무덤까지 뒷돈 없이는 살 수 없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지문 서울시의원·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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