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몽골을 찾은 이유는 한마디로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몽골은 잠재력있는 세계10대 자원대국으로 우리의 미래시장이지만, 연간 대외교역 규모가 7억8,900만달러에 그치고 있어 지금 당장 경제적 효용이 큰 나라는 아니다.그러나 북한 문제에 있어서 몽골은 「친구」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48년 수교 이후 양국은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왔다. 김일성(金日成)이 생전에 56년, 88년 두 차례 몽골을 방문했고 몽골의 공산당 서기장도 58년, 86년 북한을 다녀 갔다. 이에 비해 몽골은 90년 3월 한국과 수교 이후 연간 교역량이 4,500만달러 규모에 이르고 북한과는 불과 8만4,000달러의 무역거래만 하고 있지만 여전히 『새 친구를 사귀더라도 옛 친구를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도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몽골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고 격년으로 북한과 몽골의 경제협력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대통령은 몽골이 북한과 친하다는 점을 오히려 적극 활용하겠다는 자세다. 몽골 지도자들의 말이 북한에 진솔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31일 바가반디 몽골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국회 연설 등을 통해 『절대 북한을 침략하지도, 흡수통일을 노리지도 않을 것이며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이 되는데 조력하겠다』는 뜻을 전할 예정이다. 몽골도 최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김대통령의 노선에 우호적 시각을 갖고 있다. 김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는 「역경을 딛고 민주주의를 이루고 경제위기를 극복한 지도자」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김대통령은 몽골을 통해 대북포용정책의 북한 전파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울란바토르=이영성기자 leeys@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