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들이 꿈꾸는 삶 -스물 한 살의 두 여자가 있다. 이름은 A, B라고 해두자.
커다란 배낭 하나 메고 도시로 흘러온 A. 친구를 찾아서 왔지만 이미 떠나고 없다. 긍적적이고 활달한 성격. 거리에서 자신이 만든 카드를 팔아 딱딱한 빵으로 허기를 채우고는 추위에 떨며 새우잠을 잔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돌다 봉제공장에 취직해 서툰 솜씨로 재봉틀을 돌린다. 그곳에서 그는 B를 만난다.
내성적이며 예민한 B. 얼굴에 그늘이 가득하다. 연신 담배를 피워댄다. A를 자기 아파트에 함께 지내게 한다. 그러나 사실 그 아파트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 있는 모녀의 것. 빈 집을 봐주는 조건으로 임시로 쓰고있다. 둘은 금새 친해진다. 가족도, 돈도, 내 방 한 칸 없는 빈 손들이기에. 옷을 엉망으로 만든 A가 해고되자 B도 공장을 그만둔다.
다른 직장을 찾아나선 두 사람. 도시는 그들에게 「육체의 성」을 제공하고 「식량」을 구하라고 유혹한다. 아니면 또 다시 손톱이 아리도록 하루종일 재봉틀을 돌리든가. 거리에서 나이트클럽 입구를 지키는 남자를 만난다. 사랑도 없이 몸을 허락하고 돈을 얻어쓰는 B. 반면 A는 어떻게든 진지하게 살아보려 몸부림친다. 그의 타인에 대한 사랑과 연민은 의식이 없는 아파트 주인의 딸에게까지 향한다. 그의 삶을 지탱하는 아름다운 힘이다.
B가 꿈꾸는 세상은 지긋지긋하고 절망적인 현실의 탈출. 그는 그것을 상류 층 남자(나이트클럽 사장)를 통해 실현하려 한다. 그러나 남자에게 그는 그저 놀이개. A가 그 현실을 깨우쳐도 『아니야』 『어차피 인간대접 받아본 적 없어』라며 집착한다. 결말은 뻔한 비극(B의 자살). A는 하얀 가운을 입고 전자공장에 앉아있다. 그들이 갈 곳이란 이 두 곳 뿐이다.
프랑스 에락 종카(43)감독의 데뷔작 「천사들이 꿈꾸는 삶」의 이자(엘로디 부셰)와 마리(나타샤 레니에)다. 산업화시대의 가난하고 소외된 젊은 여성의 힘겨운 현실. 그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은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하다. 『다큐멘터리적 전통에 집착않는다』고 했지만 감독은 16㎜의 거친 입자와 들고찍기로 누벨 이마주와는 멀찌감치 떨어진 리얼리즘을 선택했다.
이자와 마리 뿐일까. 우리에게는 호스티스, 버스안내양, 창녀가 된 70년대 영자(~의 전성시대), 미스양(~의 모험), O양(~의 아파트)이 있었다. 이들보다 20여년 뒤에 나타난 이자와 마리는 칸영화제, 세자르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우리 영화는 그들을 성적 호기심으로 추락시켰고, 에릭 종카는 현실속에서 지루하리만치 차분히 그들의 내면을 성찰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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