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운명을 가를 총선(6월7일)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44년만에 처음 치러지는 이번 다당제 총선은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실각 후 인도네시아의 민주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라는 것과 11월 대통령 선거의 「대리전」이란 점 때문에 인도네시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로 주목받고 있다.이번 총선에는 1억2,50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전국 27개주에서 국민대표회의(DPR) 의원 462명을 선출한다. 군부가 사실상 지명하는 38명의 의원을 포함, 총 500석인 DPR 의원은 11월중 대통령을 선출할 700명의 국민협의회의(MPR) 의원을 자동겸직하게 된다.
MPR의 나머지 200개 의석은 역시 이번 총선에서 뽑힐 지방의회 의원 135명과 사회복지기구들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65명의 분야별 대표로 구성된다. 차기 대통령은 MPR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 선출된다.
모두 48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초점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의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PDIP)이 B.J. 하비비 현 대통령의 집권 골카르당의 32년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지 여부.
수하르토 실각 1년(5월21일)을 맞은 골카르당은 전임 대통령의 부정축재와 만연된 부정부패 사슬에 묶여 지지도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
반면 인도네시아 국부 수카르노의 딸 메가와티가 이끄는 투쟁민주당은 부패청산, 빈민구제 등을 내세워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여기에 아미엔 라이스의 국민수권당(PAN), 압두라만 와히드의 국민각성당(PKB) 등 회교세력의 2개 유력야당이 투쟁민주당과 함께 총선에 연대할 것을 발표, 야당의 승리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24일에는 골카르당의 연정 파트너인 개발통일당(PPP)과 정의당(JP)이 야당세력에 합류했다.
각종 여론조사는 투쟁민주당 중심의 야당연합이 40%가 넘는 지지를 얻고 있고, 골카르당은 14%대에 머물고 있다. 집권당 프리미엄과 회교 군소정당과의 연합을 통해 막판 대반전을 노린다는 게 골카르당의 노림수지만, 「이상기류」를 감지한 재계가 이탈조짐을 보인다는 게 골카르당의 또다른 고민이다.
일부에서는 유세중 계속되고 있는 유혈사태와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아체 지역의 폭력사태로 선거자체가 연기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느 당도 과반수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골카르당의 권력 재창출이 과거처럼 녹녹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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