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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셰비치 전범기소] 범죄자와 협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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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셰비치 전범기소] 범죄자와 협상 가능할까

입력
1999.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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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와의 협상이 가능할까.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전쟁 해결을 위해 군사·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 유고전범재판소(ITCY)가 27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을 전범으로 기소했다. 또 밀란 밀루티노비치 세르비아 대통령, 니콜라 사이노비치 유고부수상, 드라골류브 오야니치 유고 육군참모총장, 블랴코 스토일리코비치 세르비아 내무장관도 함께 기소했다.

ITCY가 현직 국가원수를 전범으로 기소하기는 처음이다. 나토는 갑자기 터져나온 밀로세비치의 전범 기소에 대해 「ITCY의 독립성」을 강조한다고 논평했지만 약간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칫 전범 용의자와 협상을 해야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고, 밀로셰비치가 이를 빌미로 난민학살 등으로 역공세를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즉각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수포로 만들 것』이라고 발끈했다. 블라디슬라프 이바노비치 유엔주재 유고대사는 『ITCY는 나토의 침략에 영웅적으로 맞서고 있는 주권국가의 대통령을 악마로 만들고 있다』면서 『재판소가 침략자들과 공범이 됐다』고 주장했다. 밀로셰비치는 지금껏 발칸전쟁으로 인한 인적·물적 희생은 전적으로 나토의 불법적 공습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사실 ITCY의 조치는 다분히 「정치적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알바니아 난민들의 구두진술마저 제대로 확보할 능력이 없어 보이는 ITCY가 최근 서방측 정보기관으로부터 세르비아군과 준군사조직, 경찰들의 잔학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증거물을 제공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어떻든 코소보사태가 법적 대응단계까지 「진전」됨으로써 밀로셰비치는 더욱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나토측 외교관은 『밀로셰비치는 기소될 뿐』이라면서 『이는 밀로셰비치 측근들에게 밀로셰비치와 거리를 두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토록 하는 내부 와해 전술』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나토는 전범기소를 통해 밀로셰비치와의 협상과정에서 ITCY의 사면조치를 하나의 협상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 또 평화협상이 완전히 무산돼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할 경우 「국제법에 근거한 밀로셰비치 체포」라는 새로운 명분을 내세울 수도 있다.

ITCY의 결정이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은 95년 보스니아 사태때도 어느정도 입증됐다. 리처드 홀브룩 미 특사는 전범용의자로 지목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와 군 총사령관 라트코 믈라디치와 협상한 전례가 있다. 당시 나토군은 이들의 보스니아내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체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ITCY는 93년 보스니아 내전때 살인과 성폭행 등 범죄를 저지른 세르비아계 전범들을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유엔이 설립했으며 지금까지 전범 용의자 74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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