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절반의 성공」.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방북 사흘째를 맞아 예정된 일정을 차질없이 소화해내는 것으로 전해지자 정부 당국자들은 안도하는 표정이다.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페리조정관은 14일 평양에 갔던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특사가 북측과 최종합의했던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다. 카트먼 특사는 당시 페리 조정관의 3박4일 일정중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면담성사」여부를 제외하고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강석주(姜錫柱)외무성 제1부상 및 군부요인 면담절차 등을 합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전합의때문에 페리 조정관은 26일 김정일과의 면담 가능성과 관계없이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에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 친서에는 「페리조정관이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정식 특사」임을 보증하는 간략한 내용만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페리조정관은 이 자리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의 「평화 메시지」도 구두로 전달했다.
페리조정관은 또 27일 강석주 제1부상과 장시간 협의를 갖고 「대북 포괄접근 구상」의 상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사실상 미·북간에 예비협상을 벌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94년 제네바 핵합의 당시 북측 협상대표였던 강석주 제1부상이 첫날 주빈역을 맡아 페리 조정관에게 만찬을 낸 데 이어 26일과 27일 잇달아 만수대 의사당에서 정식회담을 가진 점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측이 대미협상에서 노련한 교섭력을 과시했던 강석주 제1부상을 사실상 페리의 「협상상대역」으로 임명해 미국측과 협상을 해 볼 의향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관계자는 『북측이 이번에 취한 일련의 태도는 「페리 미션」에 대해 일단 호의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북측이 페리 면담때마다 이찬복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와 이상우 장령(장군)등 군부인사를 배석시킨 점도 북측의 긍정반응에 무게를 더해줄 만 하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일 3국이 공동으로 마련한 페리보고서를 북측이 성의있게 들어준 것은 일단 「공이 북측으로 넘어간 것」을 의미한다』며 『북한 내부에서 일정기간의 정책조율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협상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윤승용기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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