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입양아와 친생자 중 누구를 호주로 삼을 것인가를 두고 법적 분쟁에 휩싸였던 가정에 대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솔로몬의 지혜를 내놓았다.아이가 없던 A씨 부부는 56년 먼 친척이 데려다준 갓난아이를 입양한 뒤 이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61년 뒤늦게 혼인신고와 함께 출생신고를 마치고 호적에도 올렸다. A씨 부부는 67년과 70년 뒤늦게 친아들을 2명이나 낳았지만 입양한 큰아들에게는 입양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정성을 다해 키웠고, 대학 뒷바라지를 거쳐 결혼까지 시켜줬다.
하지만 인생의 황혼녘에 든 노부부는 장남만이 결혼 후에도 호적상으로 분가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호주를 승계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고민하던 끝에 낳은 아들로 대를 잇고 싶다며 법원에 양자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제기로 충격에 빠진 것은 큰아들. 40여년이 넘도록 A씨 부부가 당연히 친부모인줄 알고 살아온 큰아들은 이번 소송으로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됐다. 더욱이 지난 79년과 80년 1남1녀를 낳은 큰아들로서는 사춘기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까 괴로워하던 끝에 법정에서 『장자로서의 상속권은 포기해도 좋으니 친자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며 호소했다.
서울 가정법원 가사5단독 최상렬(崔相烈)판사는 26일 『당사자인 큰아들이 양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이상 상호합의를 전제로 하는 파양(破養)은 성립될 수 없다』며 큰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최 판사는 또 『호주승계 문제는 부모사후 양자인 장남이 포기할 경우 자식들간에 조정을 통해 차남이나 3남이 승계할 수 있는 만큼 소송을 통하지 않고 가족들간에 협의를 거쳐 해결해보라』고 권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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