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 김한길 김홍신 박원홍 황산성 홍사덕 봉두완 고승덕…. 전·현직 장관·국회의원, 정치인인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이들이 연극배우 소설가 기자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의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그리고 하나같이 TV나 라디오 등 방송 출연을 통해 대중적 친화력을 높인 다음 정·관계에 입문 또는 재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 진행자 손숙씨의 환경부장관 임명을 계기로 방송이 정·관계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또 한번 관심을 끌고 있다.
김한길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93년 10월부터 MBC TV 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 94년 4월부터 MBC 라디오 「김한길 초대석」을 진행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베스트셀러 소설 「여자의 남자」의 작가.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한나라당)의원은 93년 10월부터 95년 3월까지 KBS 2라디오 「김홍신 김수미입니다」를 진행한 후 96년 민주당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박원홍(한나라당)의원은 94년 SBS TV 「그것이 알고싶다」, 95년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을 진행하다 98년 5월 한나라당 최병렬 서울시장후보 선대위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봉두완 광운대 교수도 70년 TBC TV 「동서남북」의 앵커로 변신, 11·12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황산성 전환경처장관과 홍사덕(무소속)의원은 TV 출연으로 덕을 많이 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11대 국회의원 역임 후 변호사로 활동하던 황 전장관은 89년 11월~92년 10월 MBC TV 「생방송 여론광장」의 진행자로 인기를 모으다 93년 김영삼정부 첫 내각의 환경처장관으로 임명됐다.
홍의원도 88년초 민주당 대변인에서 물러난 뒤 그해 10월부터 89년 10월까지 MBC 라디오 「홍사덕의 라디오칼럼」을 맡았던 경력이 정치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이밖에 KBS 2TV 「고승덕 김미화의 경제연구소」, SBS TV 「코미디 전망대」에 출연했던 변호사 고승덕씨도 최근 정계에 발을 디뎠다.
방송 출연을 통한 정·관계 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이들이 각 분야 전문가로 활약했던 만큼 민간의 정치참여의 확대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이들의 대중적 친화력이 곧바로 정치력과 행정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비판이다.
봉두완 교수는 『전문직 출신들의 방송 출연은 대중들과 시청거리인 2m만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라며 『참신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방송 출연과 이들의 정치 입문은 다양성을 제1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창섭 서강대 언론대학원장은 『행정력과 정치력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인데 이들이 과연 이러한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탤런트 출신 국회의원들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 미디어의 우상이 정치·행정 분야에서도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 오혜란 사무총장도 『정치적 역량이나 자질에 대한 검증 없이 대중에 얼굴이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정·관계에 발탁되거나 입문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며 『과거 전문직 출신 방송인들이 정·관계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지 객관적인 평가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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