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옷 로비설」의 사실상 장본인인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61)회장은 과연 이번 파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26일 열린 최회장의 4차 공판은 최회장의 심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연한 갈색 점퍼를 단정하게 입고 재판정에 들어선 최회장의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다소 침울해 보였다. 최회장은 200석의 방청석을 가득 채운 신동아그룹 임직원들이 일어나서 인사하자 목례로써 간단하게 답례한 뒤 자리에 앉았다.
최회장은 변호인단이 「고가옷 로비설」과 관련, 현재 심경을 묻자 준비한 듯 말문을 열었다. 최회장은 일단 『경위야 어떻든 세상에 물의를 일으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뒤 『집사람이 너무 흥분해서 본의 아니게 일이 확대된 것 같다』고 밝혔다. 「본의」가 무엇이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는 애매한 답변이었다. 최회장은 나아가 『옆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언론에 과장된 측면이 있고 피차간에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끝까지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검찰과 변호인단에 따르면 최회장은 「고가옷 로비설」이 보도되자 구치소로 면회를 온 부인을 꾸짖고 심하게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최회장이 구속되기 직전 부인으로부터 장관 부인들에게 옷값 대납을 요구받았다가 거절했다는 얘기는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최회장은 부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고 전했다.
변호인단도 곤혹스런 입장을 감추지 못했다. 최회장의 한 변호사는 『너무 화가 나서 최회장에게 사실 여부 등을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밝혔고 다른 변호사는 『최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보석으로 풀려나기는 어려을 것으로 전망하며 매우 침통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인 이씨는 이날 공판에 나오지 않았으며 다른 가족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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