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B급 영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존 카펜터 감독(51). 「The Thing」 「Halloween」등 SF, 호러, 슬래셔 무비를 통해 공포의 새로운 질감을 제시해온 그의 최신작 「뱀파이어」(98년)가 우리나라에 「슬레이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뱀프제국을 꿈꾸는 대부 발렉(토마스 이언 그리피스)과 전문 뱀프 사냥꾼 잭 크로우(제임스 우즈), 토니(대니얼 볼드윈)의 한 판 대결이 줄거리.
카펜터는 역시 이 영화에서도 뱀프와 거래하는 추기경, 인간과 교감하는 뱀프 등 기존의 선과 악의 개념을 뒤집는 악동같은 발상과 서부극을 무색케하는 화끈하고 시원스런 액션으로 관객과 자신 모두 만족할만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미국 L.A 포시즌즈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_「슬레이어」는 다른 뱀파이어 영화와 달리 흡혈귀를 죽이는 과정이 치밀히 묘사돼 마치 그것을 즐긴다는 느낌을 준다.
『「와일드 번치」(서부극의 고전)가 뱀파이어를 만났다고 생각해 달라』
_그러나 기존 서부극과 달리 피(彼)와 아(我)의 개념이 모호하다.
『뱀프는 인간성에 반기를 들고 우리를 노예로 만들려 한다. 휴머니티에 반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야생적인 힘이다. 뱀파이어라는 야수(Savage)와 야생적(Savage)인 것의 대응을 그린 것이다』
-추기경이 영생을 얻기위해 뱀프와 거래하는 것은 놀랍다.
『미국은 종교적인 나라지만 나는 무신론자이다. 제3자로 객관적인 입장이다. 영생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나 자신도 뱀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_뱀파이어가 여성의 허벅지를 물고, 록음악이 깔리는 것은 독특하다.
_『뱀파이어에 대한 성적 은유를 좀 더 확실히 하고 싶었다. (웃으며)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영화엔 남서부의 록 사운드를 넣었다』
공포물을 줄곧 찍는 이유는.
『한가지 일만 죽어라 한다는 점에서 나는 창녀(Whore)와 다름 없다. 가끔은 세상을 거꾸로 보는 것이 즐겁지 않은가. 나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놀라 의자위로 뛰쳐 오른 게 재미있고, 유쾌하다』
그는 또 『프랑스에서는 작가주의감독, 영국에서는 필름메이커로 평가받지만 미국에서는 「싸구려(Bum) 감독」으로 통한다』며 미국은 「타이타닉」같은 바보같은 영화, 쓰레기 같은 영화만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웨스턴영화를 하고 싶지만 아무도 안 시켜줘서 못한다』는 그는 서부정신을 희구하는, 그래서 가장 반미국적이며 동시에 미국적인 감독이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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