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거품경제 재현될것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거품경제 재현될것인가

입력
1999.05.27 00:00
0 0

일본 경제는 92년부터 97년까지 매년 1% 내외의 성장과 98년에는 마이너스 2.8% 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사상 유례없는 극심한 장기침체국면을 체험하고 있다.일본 경제의 장기침체 요인은 한마디로 80년대 이후의 누적된 거품경제의 심화와 거품경제 붕괴이후 부적절한 정부의 대응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80년대 중반 방만한 금융 및 재정정책을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거품이 확산, 심화했다.

그 단적인 예로서 주가는 86~89년 4년간 3배로 상승하고 지가는 86~90년 5년간 3배로 상승하였다. 이같은 거품현상 심화과정에서 기업과 금융기관도 과다한 생산설비 확장과 주식 및 부동산투자 확대에 주력함으로써 경제체질이 크게 약화되었다.

거품현상이 심화하기 이전, 조기에 거품을 터뜨려 주는데 소홀하였을 뿐만아니라 정부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보다는 경기부양책등을 통해 규제와 보호체제를 지속한 결과 경기침체의 근원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경제는 91년 이후 불황없는 지속적인 성장과 이례없이 낮은 인플레이션을 누리고 있으며 경기변동 및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의 가능성마저 거론될 정도로 2차대전 이후 최대의 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경제의 배경에는 우리경제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80년대초의 불황과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하여 일본의 정책대응과는 정반대로 경기진작책보다는 극도의 긴축통화정책으로 물가압력을 진정시키는데 주력하였으며 금융, 항공, 통신부문을 시발로 일련의 규제완화를 실시하였다.

규제완화에 기인한 경쟁의 심화는 경제전반에 걸친 일련의 구조조정을 유도하였고 90년의 불황은 기업들에게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었다.

특히 철저한 시장원리에 의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은 80년대 후반까지 지속되었으며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실물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중심축 역할을 하였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거품이 최대로 커지기 전에 미리 터뜨려 주는 기능을 절대로 갖고 있지않다. 여기에 정책당국의 진정한 역할이 존재한다. 80년과 82년의 미국의 불황은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중앙은행의 의도적인 정책의 결과였다는 것을 다수 경제학자들은 동의한다.

중앙은행이 유발한 불황은 정부 및 기업의 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되었고 불황이 끝난 후의 미국경제는 항시 그 이전보다 건실해졌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오늘날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을 가져 온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경제의 「거품」의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앙은행을 신뢰하는 다수 경제학자들은 만약 거품이 싹트기 시작하면 더 커지기 전에 중앙은행이 터뜨려 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미국경제의 장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미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이러한 신뢰와는 달리 최근 한국의 증시 및 부동산시장의 거품의 징조를 바라보는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정책과 구조조정과정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누가 거품을 터뜨려 줄 것인가에 회의(懷疑)하고 있다.

그 형태가 어떠하든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이든 경제에 발생한 거품은 그대로 방치하면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거품을 조기에 터뜨리지 못한 대가로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에 직면하였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 경제개혁을 진행중이다.

우리 경제의 장기간 안정적 성장은 이들 거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업부문을 비롯한 경제전반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길뿐이다.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수반하지 않는 경기 부양책은 일시적으로 호황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거품」제거를 통한 장기적 안정적 성장을 보장하지 않음을 미·일 경제가 보여주고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