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에 협공을 당하고 있다.정부의 환율방어 노력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내려가는 반면 엔화환율은 올라 수출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중인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와 엔화환율의 이같은 정반대 움직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공산이 큰 데다 일부에서 환투기 조짐까지 나타나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1,187원)보다 4원 올랐다. 그러나 외국인 직·간접 투자자금 유입 등에 따라 달러가 넘쳐나면서 18일 이후 전날까지 연일 떨어질 정도로 하락압력이 큰 상태다. 또한 한국통신의 이날 24억달러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 등 공기업 민영화 및 대기업의 잇단 외자유치로 달러 유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수출입은행을 통한 달러 매입 등 간접 개입으로 환율을 방어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반면 엔화는 작년말 달러당 113.45엔에서 25일 122.58엔으로 이미 7%가량 올랐고,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등은 하반기에도 130엔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엔환율은 정부가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적정선으로 보고 있는 「100엔=1,000원」선이 붕괴된데 이어 더 떨어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10% 올라가면 수출은 82억 달러, 수입이 3억 달러 각각 감소해 무역수지 흑자가 79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7월의 수입선다변화 해제를 앞둔 일본 자동차, 가전제품의 수입단가를 떨어 뜨려 단기간내에 이들 제품의 한국시장 점유율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엔화를 들여와 달러화로 바꿔 환차익을 챙기는 등 투기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한구(李漢久)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수출회복과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올라야 한다』며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늘리거나 외환보유액을 금융기관에 지원한뒤 기업 등의 단기외채를 조기상환하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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