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대재벌이 최근 구조조정을 소홀히 한 채 신규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총수 1인 중심의 기업구조」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재벌그룹간 신규사업 진출 경쟁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전과 같이 「몸집 불리기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벌기업들이 「강압」에 못이겨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문어발식 확장」에 나설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이같은 문제점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이 25일 『재벌그룹이 구조조정을 소홀히 한 채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도 『5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정책을 집중하다보니 기업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소홀히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위는 5대그룹이 이미 총수 한명이 그룹경영을 전횡하고 있는 「황제경영」을 하지 않기로 김대통령과 국민앞에 합의해 놓고도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위는 5대그룹 총수들이 지난해 김대통령과 「지배주주(총수)및 경영진의 책임강화」에 대해 약속했고, 채권은행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에도 『계열주(총수)를 주기업체의 이사로 선임하고 「지배주주의 기업지배관계 단절을 위해」 회장실·기조실을 정리』키로 했다고 강조한다. 이는 총수들이 경영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계열사에만 대표이사로 떳떳이 등재, 그 회사의 경영에만 참여토록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총수들이 신규사업을 벌여놓고 경영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관행이 되풀이돼서는 경영투명성이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수들의 의사결정(결단)을 촉구해온 것은 과거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이행을 요구한 것일 뿐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신규사업을 벌이도록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유승호기자 sh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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