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虹口)공원에서 일본 천장절 행사장에 폭탄을 던진뒤 연행되는 사진이 윤의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며칠전 신문에 났다.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강효백 영사가 상하이대부속병원 정형외과 연구팀과 몽타주 전문가들에게 문제의 사진과 거사 3일전 찍은 정면사진 비교감정을 의뢰해 얻은 결론이라고 한다. 콧수염 입술 이마 등이 전혀 달라 두 사진을 동일 인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당시 오사카에서 발행되던 아사히 신문 5월 1일자 호외에 실렸던 이 사진은 우리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만큼 「공식성」 있는 사진이다. 강영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펄쩍 뛴다. 윤의사의 동생인 윤남의(85)씨는 문제의 사진이 틀림없는 형님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는 『강영사에게서 전화를 받고 형님 얼굴이 틀림없다고 말해주었는데 그렇게 발표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의씨는 윤의사가 거사후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뒤 연행되는 장면을 단상에 있던 상하이 주재 외교사절이 다 목격해 조작된 사진을 실을 상황도 아니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고 했다. 광복후 망명에서 돌아온 백범 김구선생도 사진의 진위에 관해 한마디 말씀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윤의사 얼굴을 아는 사람은 열여섯살까지 같이 산 자신 뿐이며, 일본군이 외무성에 보낸 현장약도 사본 등 관련 사료를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강영사는 역사의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로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사명감으로 그런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정방법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의료진과 몽타주 전문가들 말고도 관상학에 조예가 깊은 영화감독과 한의사 기공사 등의 자문을 받았다지만 사진상의 감정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그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도 비과학적이다. 꿈에 윤의사가 나타나 『너 밖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바로잡는 것이 아닐 것이다. /문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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