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면 안되고,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면 된다?요즘 방송되는 멜로드라마가 천편일률적으로 따르고 있는 남녀 주인공의 삼각관계 공식이다. 여기서 남자는 능력은 있지만 우유부단하다. 그를 사랑하는 한 여성은 순진하고 소극적이고, 다른 한 명은 적극적이거나 악녀 기질을 가진 여성으로 묘사되는 점이 공통적인 특징. 이 공식을 벗어나는 드라마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SBS 수·목드라마 「토마토」가 대표적 경우. 변호사 김석훈을 사랑하는 두 여성으로 디자이너 김희선과 김지영이 나오고 있다. 자기 감정을 확실히 표현하지 못하는 김석훈, 맨날 바보처럼 당하기만 하는 김희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온갖 못된 짓만 골라하는 적극적인 김지영 등 삼각관계 공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KBS 2TV 주말드라마 「유정」과 SBS 주말드라마 「파도」도 마찬가지. 「유정」에서는 의사인 김찬우를 두고 홈쇼핑회사 신입사원 박진희와 회장 딸 김윤진이 서로 알게 모르게 경쟁하고 있다. 김윤진이 출연하기 전인 드라마 초반만 해도 재벌 2세 성동일이 박진희에게 접근, 이례적인 「2남 1녀」구도로 갈 뻔 했으나 결국 「1남 2녀」구도로 고착되고 말았다. 「파도」에서는 대학원생 이재룡과 두 여대생 이영애와 왕희지가 본격적인 삼각밀애중.
MBC 수·목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도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건설회사 현장소장인 배용준은 원래 대학강사 김혜수를 사랑했으나 돈때문에 건설회사 기획실장인 윤손하를 선택했다.
왜 「한 남자에 두 여자」인가?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에서부터 화제작 「모래시계」 「첫사랑」까지 삼각관계의 정통 공식은 「2남 1녀」였다. 「모래시계」에서는 고현정을 놓고 최민수와 박상원이 신경전을 벌였고, 「첫사랑」에서는 최수종과 배용준이 이승연을 좋아했다.
우선 괜찮은 남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요즘 신세대 여성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분석이 있다. MBC 드라마국 이재갑 CP는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애정표현을 하는 세태를 반영하다 보니 두 명의 여성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것 같다』며 『TV화면상으로도 여자 탤런트 두 명이 나오는 게 남자 두 명보다 낫다』고 말했다. 「토마토」를 제외한 대부분의 드라마 작가가 여성인 점도 한 이유로 지적된다. KBS 최상식 드라마제작국장은 『멜로드라마의 재미는 양자택일 구도에 있다』며 『여성작가 입장에서는 남성보다는 여성의 심리묘사가 훨씬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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