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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레이온] 노동자의 병원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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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레이온] 노동자의 병원으로 부활

입력
199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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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 한국 직업병의 대명사 격이었던 원진레이온출신 피해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눈물겨운 투쟁이 「원진녹색병원」이란 직업병전문진료기관을 탄생시켰다.원진직업병관리재단(이사장 박현서·朴賢緖)이 경기 구리시 인창동에 건설하고 있는 이 병원은 다음달 5일 개원을 앞두고 마무리 정리에 한창이다. 산업의학과를 비롯, 재활의학과, 방사선과 등 9개 진료과목과 전신컴퓨터촬영기기

와 첨단혈액분석장비 등 종합병원급의 시설을 갖추게 될 이 병원은 원진레이온 출신 노동자를 포함한 직업병환자와 각종 산업재해환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진료를 맡게 된다.

원진레이온은 66년 일본에서 중고 기계설비를 들여와 시작한 화학섬유제조공장. 각종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이었음에도 불구, 안전장치 미비로 93년 폐업까지 무려 792명의 노동자들을 이황화탄소 중독이란 직업병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벌서 38명의 환자가 사망했고 나머지도 고혈압과 뇌출혈, 중풍 등 크고작은 질병에 시달리며 지난날 개발독재시대의 상처를 짊어진 채 살아왔다.

88년 원진직업병가족협의회가 구성된 이후 직업병전문진료기관의 설립은 이들의 숙원사업이었다. 보험수가가 낮고 장기간의 입원을 필요로 해 일반병원에서 늘 따돌림을 받았을뿐 더러 의사들도 일반질환으로 오진하는 바람에 치료와 보상이 지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피해노동자와 가족들은 지난 10여년간 정당한 보상을 위해 지속적인 싸움을 해온 끝에 정부보상금 등 110억원의 기금을 확보해 병원설립의 꿈을 이루게 됐다.

김록호(金祿皓·42) 원진녹색병원장은 『원진레이온의 직업병은 선진국 혐오시설을 옮겨와 발생하게 된 후진개발독재국가의 비극적 산물』이라며 『우리나라도 원진레이온 공장을 50억원에 중국에 매각함으로써 그곳에서 제2의 원진사건을 불러올 수 있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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