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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대구라운드' 시민사회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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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대구라운드' 시민사회가 앞장서야 한다

입력
1999.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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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의 발호로 인해 각국 경제가 초토화하고 전세계 외채가 2조달러가 넘게 불어나고 있지만 미국은 불행의 책임을 철저히 위기당사국에 묻고 있다. 금융경제의 위험한 곡예로 실물경제가 날로 왜소화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러한 세계자본주의의 중대한 모순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지난 10년동안 무려 500% 이상이나 뛰어 오른 다우존스 지수를 두고 드디어 신경제의 경지가 열렸다고 떠벌이고 있는 미국에게 과연 세계경제의 관리를 맡겨도 되는 것인지 우리는 불안하다.

바로 이 때문에 세계금융질서의 개편이라는 대변혁의 과제를 놓고 우리는 역사적 실험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까지는 예일대의 토빈교수, 하버드대의 삭스 교수, 컬럼비아대의 바그와티 교수와 같은 서방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학문적인 순수성에 입각해서 현행질서의 문제점을 제기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희생집단의 참여를 통해 획기적인 개편의 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침 「세계의 소리를 대구로 모아 다시 세계로 확대하자」는「대구라운드」가 27일 역사적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 투기꾼에 의해 10년 벌어놓은 국부를 모두 날리고 마는 불행한 사태의 빈발, 열심히 일해도 정상적으로 빚을 갚을 수 없는 악마의 사슬을 벗어나려면 채무국만이 아닌 채권국의 각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시아 시민연대와 서방 양심세력간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바람직한 논의구조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대구라운드의 목표일 것이다.

운신의 폭이 좁은 정부가 나서봐야 속수무책이겠기에 시민사회가 앞장을 서야 하고, 한국 혼자 힘으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므로 전략적 제휴를 시도해야 한다.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는 결코 자선적이고 시혜적인 차원에서 구현될 수 없다. 정치적 속성이 강한 질서개편의 장(場)에서 협상력을 발휘하려면 우리는 불행의 늪에서 「전세계 시민연대」라는 연꽃을 피워야 한다.

한국 시민사회는 IMF 위기 중에 입장정리를 미흡하게 했다. 종래 관치금융 타파와 재벌개혁이라는 과제가 워낙 중대했기에 외세를 등에 업고서라도 이를 개혁하자는 무리수를 쓰기도 했다.

IMF 프로그램에 숨겨진 서방자본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한채 덩달아 시장원리에 맹종했으며, 공동체 붕괴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옳게 깨닫지 못했다.

이제 한국 시민사회는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 금융세계화의 광폭성을 상대로 운동의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둔갑한 아메리칸 스탠더드의 본질과 모순을 직시하면서 「국적있는 자본」의 육성이 가능하도록 세계금융질서의 개편을 도모해야 한다.

/이찬근·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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