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달러의 사나이」처럼 훼손된 인체를 인공의 힘으로 되살리는 게 가능할까. 인체를 대체하는 방법으로는 그동안 인공장기가 가장 폭넓게 연구, 개발돼 왔다. 그 결과 인공심장에서 인공판막, 인공신장에 이르기까지 인공으로 개발되지 못할 장기는 없다고 할만큼 괄목할만한 진전이 이뤄졌지만 거부반응을 해결하는 「생체 적합성」문제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몸에 이식된 인공장기를 인체가 「이물질」로 받아들여 피가 엉기거나 칼슘이 끼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장기는 수명이 있다. 가장 바람직하기는 인체 장기이식이지만 기증자가 없어 수요에 비해 태부족이다.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첨단기술로 최근 각광을 받는 것이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이다. 조직공학이란 인간의 세포를 추출, 체외에서 키운 뒤 다시 이식하는 것. 미국에선 이러한 방법으로 피부를 상품화한 벤처기업도 등장했다.
사고로 귀를 잃은 환자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환자의 남아있는 귀 연골을 채취한다. 생분해 봉합사같은 고분자소재의 귀모양 틀을 만든 뒤 추출한 연골세포와 결합시킨다. 양분, 싸이토카인이라는 성장인자를 넣고 온도를 맞추는 등 까다로운 조건속에서 한달~수개월간 배양하면 틀모양에 따라 연골이 형성된다. 자라난 귀 연골을 환자에게 이식, 틀이 분해되고 연골세포가 기능을 발휘하면 성공. 연골세포가 연골 성분인 단백질을 분비하면 완벽한 자기 조직으로 결합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말처럼 간단치는 않다. 연골엔 혈관도 없고 기능이 단순해 조직공학기술의 일차 적용대상이지만 아직 임상시험에 성공한 예는 없다. 아주대 민병헌교수는 『조직공학으로 키운 조직이 체내에서 형성된 연골과 성분이 완전히 일치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말하고 있다.
보다 복잡한 기능을 가진 장기, 즉 췌장이나 간등을 재생하는 것은 더욱 요원하다. 간은 노폐물을 거르고 알부민등을 생산해내는 복잡한 대사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일단 3차원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기능을 유지하면서 크게 키우는 게 어렵다. 과학기술연구원 배은희박사는 『미분화상태의 간세포(stem cell)를 추출해야 하지만 간의 간세포가 어떤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체내에선 간이 손상되면 간세포가 신호를 받아 세포분열, 복구하는 절묘한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데 그 과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것이다. 조직공학의 상용화가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가 이것이다.
그래도 조직공학의 적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급성 간부전증환자는 간의 회복을 조금만 도우면 재생력을 되찾아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체외 배양된 간세포 일부를 인공 간에 넣어 인공 간만으론 부족한 간 기능을 하도록 할 수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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