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陰地)에서 더 음지를 향하겠다』신임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의 지향점은 이런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같다. 국정원장에 임명됨과 동시에 그는 전국구의원직을 내놓고 정치와의 절교를 선언했다. 천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나는 정치권에서 영원히 사라질 뿐아니라 심연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관의 책임자답게 공개적인 무대에서 그늘로 잠복하겠다는 뜻이다.
천원장의 이런 말들은 활발하고 화려한 대외활동을 했던 전임자와는 완전히 대조적인 스타일을 예고하는 것이다. 얼마전 김대통령과 독대를 가졌던 천장관은 이런 업무방식을 임명권자의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실무형 총수」의 취임에 따라 국정원의 활동도 상당부분 변화할 전망이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천원장은 눈에 띄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대선당시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의「마크 맨」역할을 맡았고, 이회창(李會昌)후보 아들의 병역의혹을 쟁점화하는 데 공을 세웠다. 한국전당시 목포경비대사령관을 지낸 해병대 예비역소장 송인명씨를 만나 증언을 녹취, 김대통령의 병역논란을 20여년만에 종지부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공로가 당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킬까 주변을 다시 살피는 게 그의 성격이다. 군의 비주류이면서도 3성장군과 장관급 자리까지 오르는 동안 천원장은 지나칠 정도로 업무를 꼼꼼히 처리하는 스타일이 굳어졌다. 그래서 나무만을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집권2기 국정원장에게 바라는 스타일이 바로 이런 것인지 모른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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