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유치원 어린이 여러분들, 오늘은 「통일의 진달래」 얘기를 해줄께요』 조통면옥 종업원인 18살 북한 처자 옥화(전혜진·23)가 정감 어린 북한말씨로 펼치는 10분 남짓의 독백.TV의 북한 관련 프로를 두루 섭렵한 그의 자연스런 연기 덕에 관객은 통일을 바라는 동심이 된다. 극단 차이무의 「통일 익스프레스」에서 조용한,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은 사실 이 뿐.
굉장한 소란의 연극이다. 관객의 사고력을 마비시켜버릴 듯한 왈가닥에 객석은 숨넘어 간다. 『마음껏 웃겨보라』며 작·연출가 이상우씨가 배우들에게 내린 주문이 보기좋게 들어 맞은 셈.
북으로 가려는 밀입국자의 길안내로 돈을 챙기는 비무장지대 비밀냉면집 「조통면옥」의 주인, 북측 안내자, 남북간의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려는 남한 정부관리, 북한 관광사업으로 한몫 챙기려는 기업가.
넷이 남북한 비밀통행 사업을 더 키워 한몫 챙기려 작당하는 대목에서 정신없이 엮어가는 희극적 대사의 봇물. 실은 한치의 방심도 용납될 수 없는 앙상블이다.
영화 「간첩 리철진」이 남북문제를 일상 정서의 괴리에 초점을 맞춰 느와르코미디적으로 그린다면, 이 연극은 지금 통일이란 정책과 정서의 문제임을 즐겁게 일러준다.
『엎치락뒤치락(slapstick) 코미디 양식화의 실험』이라며 이상우씨는 극으로서의 의미를 규정한다. 의도는 성공한 듯 하다. 『통일을 쉽고 편하게, 웃으며 받아들이게 됐다』는 관객 반응.
긴박한 현실 메시지를 두고 연극적 표현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우리 연극의 관절을 유연하게 풀어준다. 95년 창단 이후 「늙은 도둑 이야기」 「비언소」 등으로 기억되는 극단 차이무(차원 이동 무대)가 또 한번 입증한 웃음의 팀웍이다.
/장병욱기자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