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공개해(본보 2월3일자 1·19면) 파문을 일으켰던 서울지법 북부지원 문흥수(42)부장판사가 24일 법관의 고민과 참삶의 길을 소설로 출간, 화제가 되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가 법조계를 소재로 한 소설을 출판하긴 처음이다.「별은 동쪽에서 떠오르고」(도서출판 토기장이 발행)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문부장판사는 법조인으로서의 방황과 갈등, 올바른 재판의 모습 등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소설은 초등학교 동창이던 형도와 진수가 각각 관악 의대와 법대에 입학한 뒤 진리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중국선교사와 법관의 길을 걷는다는 것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소설속 진수는 문부장판사의 과거. 「현직 부장판사의 자전적 구도소설」이란 부제가 붙은 것도 이때문이다.
진수는 삶의 목표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방황하고 권력의 시녀가 된 일부 선배 판검사의 모습에서 좌절하다 결국 「뿌린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깨닫는 과정 등이 모두 문부장판사의 산경험이다. 「훌륭한 법일수록 철저하게 인과응보를 실현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수호하는 것」이라는 결론도 그의 법철학과 일치한다. 진수 또는 문부장판사는 이러한 결론아래 억울한 사람이 없는 바른 재판을 위해 법관의 길을 가게 된다. 소설에는 문부장판사에게 깨달음을 줬던 은사들의 훈훈한 미담도 실려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21회로 사법연수원을 수석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 로스쿨 석사학위를 받은 문부장판사는 사법부 인사정책과 정치성향 등을 신랄하게 비판, 강직한 법관으로 꼽히고 있다. 5년동안 소설을 준비한 그는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스승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됐다』며 『좋은 법관과 의미있는 삶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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