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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창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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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창부수

입력
1999.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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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인가. 죽음을 예고하는 살생부인가. 지금 시중엔 거액의 외화를 해외에 도피시킨 혐의로 구속된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의 세치 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고위직 공무원 한 사람씩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평소에 그만하면 괜찮은 관리라고 생각했던 인사들이었기에 충격은 크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언론인 출신으로 국영기업체 등의 사장직만 20년을 넘게 했을 정도의 거물 전문경영인도 걸려들었다.■박동수 금감원 검사1국장을 시작으로, 이정보 전 보험감독원장, 이수휴 전 은행감독원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최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 홍두표씨도 걸려 들었다. 한때는 유수한 재벌소유의 방송과 신문의 사장을 지냈고 국영기업체 사장을 잇달아 역임할 정도로 경영의 귀재라는 평판을 얻은 사람이다.

■최회장의 혀끝이 어디를 겨냥하느냐에 따라 희생자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 정가를 비롯, 최씨의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위치에 있었던 사람 가운데는 지금 잠 못이루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도 있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시중엔 누구라고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유력 정치인과 일부 언론인까지도 연루설에 휘말리고 있다. 하기야 부도덕한 최씨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정치인이나 언론인인들 그냥 놔 두었겠는가.

■문제는 이런 부패기업인의 혀끝에 놀아나고 있는 우리의 사회상이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최씨의 부인은 현정부 장관부인들의 모임인 「수요봉사회」를 통해 값비싼 선물 공세로 남편의 구명운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창부수라고 해야 할까. /노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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