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무난한 인선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25일 오전 한 청와대비서관은 한 시민단체에 전화를 걸어 개각내용에 대한 여론동향을 살피며 이렇게 선수를 쳤다.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의 대답은 신랄했다. 『십분 양보해 무난한 인선이라고 칩시다. 하지만 무난하다는 정도의 평을 듣는 사람들로 어떻게 개혁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입니까』「정치적 안정과 큰 테두리의 개혁」을 했다는 국민의 정부 1기 내각에 이어 「섬세하고 내실있게 개혁을 마무리」할 임무를 띠고 들어선 2기 내각에 대한 첫인상은 보는 입장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하지만 1기 내각에 적잖이 실망, 뭔가 새로움을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이 이번 개각에 보이는 반응은 대체로 차갑다. 『전문성과 개혁성, 그리고 참신성등 어느 잣대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논공행상과 전시인사, 이미지 정치의 구태만 드러났다』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은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개각의 치명적 약점은 「이 사람은 결코 아닌데…」라고 생각돼온 인물들이 중용됐다는 것』이라며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영전되고, 전문성보다 대중성 혹은 지역 고려가 발탁 기준이 된 것을 어떻게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항간에는 벌써부터 사법개혁, 노동개혁, 환경정책, 교육개혁 등 난마처럼 얽힌 숙제들이 더욱 꼬이고 방향을 잃을 거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그런만큼 새 내각에 건네는 주문은 가혹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빛바랜 개혁내각이라는 첫인상을 불식시키려면 언행과 자세를 전면적으로 탈바꿈해야한다는 얘기다. 『실망의 크기나마 줄여줄 것을 기대해봐야죠』 개각 직후 사회부에 걸려온 한 독자의 푸념이다. /사회부=최윤필기자 walden@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