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내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년간 꿋꿋하게 투병생활을 해왔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3, 5학년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임종의 자리에 있게 하고 싶은데 주위 어른들이 만류하십니다. 아내 역시 마지막 순간에 아이들을 옆에 두고 싶어합니다. 장인 어른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것을 늘 가슴아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임종을 보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리고 또 엄마의 평소 예뻤던 모습을 마음 속에 간직하도록 임종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저는 어느 편이 아이들에게 좋을 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서울에서 40대 남성)A. 가족들의 꿋꿋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아이들이 일찍 삶의 고통을 알아가는 것같군요. 과거에는 아이들도 임종을 하도록 했지요. 요즈음 이를 막는 것은 과거와 달리 죽음이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과정과 순간이 병원 안에서 의학의 통제하에 이루어지고 있어 일상의 삶에서 멀리 떨어진 낯설고 공포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죽음이 삶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3,5학년이라면 죽음의 개념을 아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통해 삶의 순환 과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개적인 작별 의식에 참여하는 것이 앞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모습은 다시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음 속에 살아날 겁니다. 부인도 마지막 인사를 스스로 주관하길 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보문(가톨릭대의대 성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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