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22)에게는 95년형 크라이슬러 중고 밴이 유용한 애마이자 보금자리이다. 두달전 엄청난 비행기 삯을 감당하기 힘들어 큰맘먹고 1만5,000달러를 들여 장만한 이동 수단. 12시간이내 거리는 모두 이 차를 이용하는 바람에 이 밴은 부모님과 김미현 세식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돼 버렸다.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프로중 김미현의 이런 속사정을 아는 선수는 거의 없다. 굳이 알릴 필요도 없지만 그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경쟁자들은 김미현도 지난해 미국골프의 신데렐라 박세리(22·아스트라)처럼 한국 대기업의 풍부한 재정지원을 받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있다. 박세리가 미국 플로리다주 저택에서 휴식을 취한후 비행기로 이동할때 김미현은 밴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사실을 알 리가 없다.
그래서 김미현의 최우선 과제는 후원 스폰서를 찾는 것이다. 심리적, 육체적인 안정을 찾을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현은 지난해말 도미 직전 국내 기업과의 계약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기업측에서 「체격 조건상 상위 입상이 힘들다」며 계약을 포기, 낭패를 봤다. 그래서 2만7,000달러만 가지고 부모님과 함께 낯선 이국땅에 겁없이 왔다. 그리고 아직까지 대회에서 번 상금만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물론 스폰서 문제 해결의 열쇠는 투어 1승이다. 투어에서 한번이라도 우승하면 내년 풀시드권을 확보함은 물론 광고, 스폰서 계약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하지만 김미현은 한편으로 모국 기업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떨쳐 버리기 힘들다. 우선 「1승」을 거둔뒤 두고 보자는 의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친 김정길(52)씨는 아직도 『가급적이면 한국 기업과 손을 잡아야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김미현. 그 향기를 주워 담을수 있는 국내 기업들의 현명한 선택이 어느때보다 아쉽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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