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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입력
1999.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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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우상]「지도자와 우상」의 저자 고(故) 박찬식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보기드문 문사였다. 그의 글에는 우국적인 선비 정신이 담겨있다.

언론인의 글은 특이하다. 「생산 과정」부터 다르다. 사색 보다는 취재의 결과물이고 시의성에 바탕한 글들이다. 사회·정치적 「압력」 때문에 때론 은유법이 채택되고 관심사가 제약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故) 박위원은 언론인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제약을 상당 부분 뛰어넘었다. 그는 자유로운 사색의 나래를 펼쳤고, 「직설법」을 즐겼다.

『…만일 20세기가 끝나기 전에 북한의 통치형태를 민주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미국의 외교·군사정책 목표라면, 이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무엇이어야 할 것인가…』(96년 1월 10일).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를 꼬집고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명확히 묻고 있다. 관심사도 다양했다. 중국 정치부터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세계 질서, 중동 주한미군 러시아민주화 같은 국제 문제, 문학과 인간의 실존 문제로까지 다양하게 이어졌다.

기사는 기자의 분신이다. 그의 글은 「깐깐하고 성실한」성격을 닮았다. 생시 그의 변명인 「딸깍발이」처럼 대충대충 넘어가지 못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선비의 글이었다.

이 책은 유족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그의 1주기에 즈음해 90년대 들어 한국일보의 사설, 지평선 등 고정 칼럼에 실렸던 글을 묶어낸 것이다. 고인은 68년 한국일보에 입사, 국제부장, 문화부장, 편집부국장을 역임했다. 한국문원 발행, 8,000원.

/서사봉기자 ses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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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의 네가지 원칙]

아무리 족집게 진단으로 이름을 날리는 명의라도 환자의 정확한 상태는 수술장에 들어가서야 확실히 알 수 있다. 위암 환자의 배를 열어보니 여기저기 다른 장기로 전이돼 있어 회복가능성이 전혀 없는 말기 상태임을 확인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일까.

공연히 수술후유증으로 얼마남지않은 환자죽음만 재촉하느니 차라리 과감히 수술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 행위인가. 아니면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공격적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김일순, 손명세 연세대의대 교수가 함께 쓴 「의료윤리의 네원칙」은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부딪히는 이같은 딜레마에 대해 어떤 식으로 윤리적 판단할 것인지 제시한 책이다.

연세대의대 교수들이 실제 임상에서 겪었던 사례들을 모아 소개하면서 「자율성 존중」 「정의」 「피해회피」 「선행」라는 네가지 원칙에 의거, 우리 현실에서 맞는 바람직한 판단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피해회피란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을 만들지 말라는 뜻. 어차피 의사의 진료 행위는 가치 중립적인 것이고 「피해회피」등 원칙들이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만 뛰어날 뿐 의사로서 인격은 제대로 갖추고 있지못한 많은 의사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제공한 책이다.

혹시 의사의 판단착오로 병세가 더 나빠졌다고 오해하면서 의사에 대해 적개심까지 품고 있는 환자나 가족들에게도 의료현실을 좀더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가 되고있다. 계축문화사 발행. 9,000원.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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