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각으로 실체를 드러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빅뱅」구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집권 2기와 2000년 총선을 두루 겨냥한 김대통령의 구상이 필연적으로 여권내 전체 역학구도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조치의 규모가 이종찬(李鍾贊)국정원장의 당 복귀까지 포함하는 초대형임이 확인되면서 벌써부터 국민회의내에선 전당대회 연기론이 자취를 감추는 듯한 분위기다. 「큰 그림」을 위한 김대통령의 용인술이 시작됐고 정권창출 세력의 당 재집결이 가시화된 마당에 구태여 당의 면모 쇄신을 뒤로 미뤄 혼선을 확대 재생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향후 정치개혁 일정 및 이에 따른 정계개편 가능성 등 변수가 남아 있지만 8월 전당대회 강행론은 총선체제의 조기 정비를 의미한다. 이는 전당대회라는 결승점을 목표로 한 당내 지도급 인사들의 각축과 합종연횡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당 밖에서 진입 시기를 탐색해 오던 명망가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영남권 간판론」의 후광을 업고 있는 이수성(李壽成)민주평통수석부의장이 변화된 상황을 반영, 그동안 내비쳐 온 「총선후 합류」입장을 수정한다면 그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또 당내에서 김대통령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물밑 신경전을 벌여 온 김영배(金令培)총재대행, 조세형(趙世衡)·이만섭(李萬燮)상임고문, 한광옥(韓光玉)부총재, 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 등의 경합도 더욱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8월 전당대회가 기정사실화할 경우 현행 김대행체제는 당 쇄신위원회의 활동과 함께 과도체제로 전환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5·24 개각으로 야기될 여권 역학구도의 변화와 관련해선 주목할 만한 몇가지 잣대가 있다. 그 하나가 권노갑(權魯甲)고문을 좌장으로 한 동교동계의 움직임이다. 특히 최근 청와대 독대이후 당 운영 및 공동여당과의 관계 등에서 모종의 역할을 주문받은 것으로 알려진 권고문과 청와대 주례보고 참석으로 위상이 높아진 한화갑(韓和甲)총재특보단장의 행보는 전체적인 당의 진로와 밀접한 관련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 등으로 대표되는 여권내 신주류의 입지가 어떻게 변화할 지도 관심거리다. 당에 복귀하는 이종찬원장도 신주류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이원장이 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당정간에 신주류의 세력분포가 새롭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중권실장은 16대 총선에서의 대구 출마설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져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청와대에서의 김실장 독주체제가 마련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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